오지급 99% 회수에도 130억원 '오리무중'…30억원은 이미 외부이체
미회수시 '부당이득 반환' 소송 전망…형사상 '횡령' 성립 가능성도
"법정화폐 아냐" 사법부 판례 있지만…"달라진 위상 감안해야" 목소리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단위가 '원'이 아닌 'BTC'가 입력돼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4조 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 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07/NISI20260207_0021155206_web.jpg?rnd=20260207173427)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단위가 '원'이 아닌 'BTC'가 입력돼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4조 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 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2026.0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회수되지 않은 약 130억원 규모의 자산을 두고 법적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회수분 중 약 30억원은 이미 이용자 명의의 타 계좌로 인출되거나 현금화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반환을 거부하는 이용자와 거래소 간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현재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은 고객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빗썸 측은 피해 보상안을 다각도로 마련하며 자발적 반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반환 요청이 최종적으로 거절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민형사상 쟁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사상으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제기가 유력하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을 경우 이를 부당이득으로 규정하고 반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거래소의 전산 오류로 인해 비트코인을 입금받은 것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득에 해당하기에, 이용자는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다.
이번 사고가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오지급 당사자들이 단순한 경품 이벤트로 인식했다는 항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통상적인 경품 이벤트의 규모와 형식을 고려할 때,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입금된 것을 단순 경품으로 오인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사회 통념상 이용자가 이를 비정상적인 거래나 오지급으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법원이 판단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형사처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은행 직원의 실수로 잘못 송금된 돈(착오 송금)을 예금주가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
빗썸 측이 사고 직후 '110% 보상안' 등 사후 대책을 신속히 발표한 것도 향후 발생 가능한 법적 공방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를 줄이고 이용자 보호 조치를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형사사건의 경우 가상자산을 기존의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할 수 없다는 판례에 비춰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사법부의 판단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오입금 사건에 대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2018년 6월 A씨는 자신의 가상지갑에 이체된 14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일부 환전해 사용해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거래에 위험이 수반된다"며 "형법을 통해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민사상 반환 의무는 인정하되, 형사상 횡령죄의 객체로는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판례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빗썸 이용자가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급변한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사법부가 동일한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비트코인 시세가 1억원을 상회하고, 미국 등 주요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는 등 가상자산이 실질적인 자산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을 지급 결제 수단으로 제도화하려는 국가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가 명확해졌고 관련 법 등 제도도 정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법부가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가상자산 오지급 사건에 대해서도 기존 법정화폐와 유사한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면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