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존재만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까…박서영 첫 장편 '다나'

기사등록 2026/02/09 11:34:13

[서울=뉴시스] '다나' (사진=민음사 제공) 2026.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다나' (사진=민음사 제공) 2026.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존재 만으로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어떠한 해를 끼치지 않아도, 사회의 일부이면서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배제될 수 있을까.

제16회 대산대학문학상 수상 작가 박서영은 장편 데뷔작 '다나'(민음사)에서 이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소설은 가상의 짐승 '다나'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半人半獸) 화자  '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인간과 짐승이 섞인 '혼종'의 몸을 통해,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경계와 낙인의 작동 방식을 드러낸다.

다나는 인간의 기존에서는 '존재'자체로 문제인 짐승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발견된 열대섬에서만 서식하던 다나는 인간과 같은 외모로 '섬 원주민'으로 여겨졌지만 인간의 반복된 실험 끝에 사람이 아닌 존재로 판별된다. 이후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소나무등벌레병을 옮긴다는 이유로 생태계 파괴의 주범, 제거 대상이 된다.

70%가 숲으로 이뤄진 한반도에서 다나의 존재는 치명적이다. 이야기는 '나'의 어머니인 다나가 동물원에서 탈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질서를 교란한 존재를 쫓는 서사는 곧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탐문으로 확장된다.

"경북의 한 동물원에서 동물 한 마리가 탈출했다. 나는 뉴스를 듣자마자 그 동물이 내 엄마라는 걸 알았다. 라디오를 진행한느 여자 아나운서가 탈출한 동물종의 이름을 발음했다. 다나." (9쪽)

'나'는 어린 시절부터 다나의 품에서 떨어져 인간의 손에 길러졌고, 서른 살이 되며 혼종의 모습을 감춘다. 짐승의 모습을 지우고 인간으로만 살아가기를 선택하지만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벌목꾼 집단에서 유일한 여성인 나는 성별과 나이, 직업으로 끊임없이 규정되고 주변부로 밀려난다.

"나를 수식하는 건 나무 벌목이라는 생계 수단과 서른이라는 애매한 나이, 그리고 여자라는 성별이다. (중략) 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숫기 없이 나무 베는 여자로 각인되고 싶다. 이것이 사람 집단에 동화되기 위한 나의 최선이다." (38쪽)

추적의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방제 정책, 자극적인 정보만을 보도하는 언론, 다나의 흔적에 따라 숲을 베는 벌목꾼들, 그리고 쇠락해 가는 마을 풍경이 차례로 포착된다. '문제'를 제거한다는 명목 아래 자연과 존재를 관리하는 사회의 얼굴이 드러난다.

'다나;는 생명체가 존재 만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동시에 인류가 자연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자연을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변화한 시대를 날카롭게 그려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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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존재만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까…박서영 첫 장편 '다나'

기사등록 2026/02/09 11:34:1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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