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운스님 "펫로스는 극복이 아니라, 아픔에 익숙해지는 과정"[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6/02/08 10:00:00

최종수정 2026/02/08 10:46:25

충정사 주지 신간 '마지막 산책' 발간

펫로스증후군 불교적 치유의 길 제안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펫로스 증후군이라 불리지만, 이는 극복해야 할 병이 아니라 아픔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남산 충정사 주지 덕운 스님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이렇게 정의했다. 상실을 이겨내야 할 대상이나 서둘러 벗어나야 할 상태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시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덕운 스님은 펫로스 증후군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가족을 잃었을 때 찾아오는 깊은 상실감에 비유한다. 오늘날 반려동물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기에, 그 이별의 무게 또한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증후군'이 아니라 인연의 슬픔

불교에서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인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덕운 스님은 "전생부터 이어진 깊은 업연으로 만났기에 사랑이 깊고, 그만큼 이별의 고통도 크다"며 "특히 계산 없는 순수한 사랑을 주는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집착과 미련이 남기 쉬워, 그 감정이 증후군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고통은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충분히 공감받고 위로받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email protected]


이 말은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스님이 직접 겪은 이별의 시간에서 비롯됐다. 그 역시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한 당사자다.

스님은 당시를 떠올리며 "빈자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릿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슬픔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그 감정을 기도로 옮겼다. 매일 "덕분에 행복했다"고 축원하며 염불을 이어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슬픔은 조금씩 감사로 바뀌어 갔다.

이 경험은 책 '마지막 산책'으로 이어졌다. 책은 불교의 연기·무아·자비 사상을 바탕으로, 펫로스의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선명상을 통해 이별의 고통을 회복의 과정으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집필에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책 제목에 대해 스님은 "산책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며 "죽음 또한 끝이 아니라 이 생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다음 생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산책'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회사상에서 보면 이 산책은 하나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이정표"라며 "못 해줘서 마음에 남는 그 '마지막 산책'을 불교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email protected]

상담 현장에서 마주한 이별의 얼굴들

스님은 상담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뒤 자신을 탓하며 식음전폐에 빠진 이들을 자주 만난다고 했다.

"'슬퍼하지 말라'는 말 대신, 그 슬픔을 어떻게 품고 아름다운 이별로 바꿀 수 있을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선명상을 통한 치유 사례도 소개했다.

"8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깊은 우울에 빠진 보살님이 계셨습니다. 선명상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의 숨과 마음을 관찰하도록 했더니, 몇 달 뒤 ‘아이가 내 마음속에 쉬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충정사에는 이미 '마스코트'로 잘 알려진 스탠다드 푸들 '세콤'이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1년 8개월을 보낸 세콤은 성격과 환경을 고려한 끝에 사찰 가족이 됐다. 보호소에서는 어질리티를 잘하고 성격도 활발한 강아지였다.

덕운 스님은 "원래는 얌전하지 않고 께방정을 떠는 강아지였다"며 웃었다.

 "그런데 여기에 데리고 올 때부터 얌전했어요. 짖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만져보라 하고, 냄새 맡고는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아 있더라고요. 원래 그런 강아지인줄 알았어요."

스님에게 세콤은 상실 이후 다시 맺어진 인연이자,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충정사 주지 덕운스님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 충정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7.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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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운 스님은 반려인과 예비 반려인 모두에게 조용히 당부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그 아이의 노년과 죽음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별 앞에서 필요한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감사의 말이다.

"'못해줘서 미안해'보다 '고마웠다'는 말을 더 많이 해주세요. 진심 어린 한마디는 긴 법문보다 깊은 울림을 줍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끝이 아닙니다. 무상을 깨닫고 자비와 지혜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수행이지요. 슬픔의 깊이는 사랑의 깊이를 증명합니다. 그렇게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하다 보면, 아픔은 서서히 익숙해집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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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운스님 "펫로스는 극복이 아니라, 아픔에 익숙해지는 과정"[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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