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실체인가 환영인가”…대니얼 데닛이 남긴 마지막 책

기사등록 2026/01/28 08:58:55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생각하는 나란 무엇인가, 실체인가 환영인가?”

지구에서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로 불리던 대니얼 데닛의 자서전이자 마지막 단독 저서 ‘생각이란 무엇인가’(바다출판사)가 출간됐다.

2024년 4월 82세로 세상을 떠난 철학자가 남긴 이 책은, 한 사상가의 삶을 정리한 회고록이자, 20세기 철학과 인공지능의 사유 지형을 가로지르는 지적 기록이다.

데닛은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서 마음과 의식, 종교, 인공지능 연구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쳐왔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철학계의 대가 길버트 라일의 지도를 받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터프츠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십을 보유했으며, 오스틴 B. 플래처 철학 교수이자 인지연구센터 소장을 지냈다.

데닛은 평생 “생각하는 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살아온 사상가다. 마음과 의식, 자유의지, 진화론, 종교,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그가 던진 질문들은 언제나 인간이 가장 당연하게 믿어온 개념을 흔들었다. 그는 인간 마음의 중심에 ‘통제자’나 ‘영혼’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거부하며, 의미와 의식은 진화와 기능의 산물이라는 급진적인 관점을 밀어붙였다.

이번 책은 그러한 사유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논쟁을 거치며 다듬어졌는지를 데닛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길버트 라일, 윌러드 반 오먼 콰인,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존 설, 데이비드 차머스, 제리 포더, 스티븐 제이 굴드 등 당대 철학과 과학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들과의 지적 대결은 데닛 철학이 안락의자가 아니라 논쟁과 실험의 현장에서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다윈의 위험한 생각’,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등 기존 저작이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과 달리, 이번 자서전은 데닛 철학의 문제의식과 핵심 개념을 비교적 평이한 서사로 풀어낸다. 학계 내부의 논쟁뿐 아니라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의 경험, 연구실과 강단 밖에서의 삶까지 폭넓게 다루며 한 사상가의 입체적 초상을 그려낸다.

책의 또 다른 축은 인공지능이다. 데닛은 고전 인공지능 연구부터 오늘날 대형 언어 모델(LLM)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비판적으로 되짚는다.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생산과 시험의 탑’ 개념을 제시하며, 현재의 인공지능은 여전히 이해 없는 능력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초래할 가장 큰 위험은 기계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그것을 마음 있는 존재로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경고한다.

데닛의 궁극적인 주제는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이 우주와, 그 안에서 생각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의 의미였다. 그는 묻는다. 이 모든 설계는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의미의 원천이 되는 ‘중앙 의미부여자’, 의식 평가자이자 의식 향유자인 ‘자아’, 물리학을 거스르며 결정을 내리는 ‘영혼’ 같은 것을 상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빈틈없는 경계심이 필요하다. (…) 생명은 이유와 의미를 존재하게 하며, 우주의 우리 구역에서는 오직 인간만이 그것을 이해할 생각도구-언어에 기반한-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행성의 유일한 이유추론자, 설명자다.”(543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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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실체인가 환영인가”…대니얼 데닛이 남긴 마지막 책

기사등록 2026/01/28 08:58:5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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