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굿바이, 폴"…오스터 마지막 소설에 바친 작별 인사

기사등록 2026/01/25 14:37:09

오스터 마지막 소설 '바움가트너' 개정 출간

김연수, 작가 헌정 에세이 '굿바이, 폴' 실어

[뉴욕=AP/뉴시스] 작가 폴 오스터. 2024.05.02.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AP/뉴시스] 작가 폴 오스터. 2024.05.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당신이 지금 손에 든 이 책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이다. 이제 나의 신작 대기 리스트에서 그의 이름은 빠져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영어로 간단히 표현하면 'I miss Paul Auster'가 되리라." ('굿바이, 폴' 중)

소설가 김연수(55)가 미국 작가 폴 오스터(1947~2024)를 향한 작별 인사를 글로 남겼다.
오스터의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열린책들)가 국내에서 개정 출간되며, 김연수가 작가를 기리는 헌정 에세이 '굿바이, 폴'이 함께 수록됐다.

김연수는 뉴시스에 추모 에세이를 쓴데 대해 "줄리언 반즈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그 또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소설을 발표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높은 수준의 작품을 계속 써온 오스터의 삶을 보며 소설가로서의 길을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바움가트너'는 노교수 바움가트너의 말년을 비추는 작품이다. 그는 10년 전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무기력하게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가사도우미 남편의 손가락 절단 소식을 듣고, 소실된 신체에서 통증을 느끼는 '환지통'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바움가트너는 관련 문헌을 읽으며 자신 역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 끝나지 않는 통증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오스터는 상실 이후에도 지속되는 삶의 의미를, 주인공의 내면을 통해 차분히 따라간다.

폐암 투병 중 생애 마지막을 직감한 오스터가 쓴 작품으로, 바움가트너는 그의 분신처럼 읽힌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함께 실린 에세이에서 김연수는 오스터의 작품 세계를 짚으며 글쓰기와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고백한다.

김연수는 오스터가 평생 천착했던 주제인 '우연'을 떠올리며, 오스터가 14살 때 벼락을 간신히 피한 경험 이후 우연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김연수는 자신의 삶 역시 선택과 우연의 갈림길 위에 있었다고 적었다. 희망했던 천문학과 대신 영문학과로 진학한 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에세이에 "그때 합격하지 않았다면, 합격했다고 해도 내가 고집을 피워 등록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소설가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다.

김연수는 오스터의 글쓰기를 '지구 응시'에 비유한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듯,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결코 무의미한 것은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바움가트너' (사진=열린책들 제공) 2026.0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바움가트너' (사진=열린책들 제공) 2026.01.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연수는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에세이에서 "내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기 위함"이라며 "글쓰기를 통해 불안과 고립감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조금씩 찾아갔다"고 고백했다.

김연수의 에세이는 오스터의 마지막 작품에 덧붙인 해설을 넘어, 한 소설가가 또 다른 소설가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처럼 읽힌다. 한 소설가를 추모하는 글이자, 글쓰기로 이어진 두 삶의 고백이다.


"굿바이, 폴. 지구를 응시하며 글을 써온 평생이 경이로웠기를"

폴 오스터는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1982년 자전적 에세이 '고독의 발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뉴욕 3부작'(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으로 명성을 얻었고 '빵 굽는 타자기', '소멸' 등 소설과 에세이, 시, 평론 등 34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펜 포크너 상, 메디치 해외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7년 출간된 소설 '4321'이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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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굿바이, 폴"…오스터 마지막 소설에 바친 작별 인사

기사등록 2026/01/25 14:37:0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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