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범죄 직접 수사…경찰 영역 전면 중첩
이첩 기준 모호…수사 지연·혼선 우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국가수사본부 2024.06.14.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6/14/NISI20240614_0020378617_web.jpg?rnd=20240614114931)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국가수사본부 2024.06.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검찰의 직접 수사를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정부 입법예고안이 공개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체계 전반의 재편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수청의 수사 범위와 조직 구조를 두고 경찰 수사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현재 입법예고안 조문을 개별 검토 중이며, 이달 26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견 제출 여부와 내용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기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던 부패·경제 범죄뿐 아니라 공직자·선거·마약·사이버·대형참사 범죄까지 포함한 9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사실상 2대 범죄로 축소됐던 것과 비교하면, 수사 대상이 대폭 확대된 셈이다.
이들 범죄 상당수는 현재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주력해 온 영역이다. 경제·지능·사이버 범죄는 수사 초기에는 단일 범죄로 시작했다가 수사 과정에서 범죄 성격이 확장되거나 다른 범죄 유형과 결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안은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간 수사 경합이 발생할 경우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청하거나 직접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어느 단계에서,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법률에 명시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착수 단계부터 관할 판단과 이첩 조정이 반복될 경우 수사 흐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초기에는 단순 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이 수사 과정에서 중대범죄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그때마다 관할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면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제기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제·사이버 범죄는 횡령·배임·사기·공직자 연루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며 "사건 성격이 바뀔 때마다 관할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면 수사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수청의 조직 구조를 두고 검찰개혁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수청은 명칭만 바뀌었을 뿐, 구성과 구조를 보면 기존 검찰 수사 조직이 그대로 이전되는 형태"라며 "결과적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9대 범죄로 확대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수청 인력 구성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이어진다. 중수청은 수사 인력을, 변호사 자격을 갖춘 수사사법관과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수사관으로 나누는 구조다. 다만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는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과정으로 넘겨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청 인력이 중수청 이동을 꺼릴 경우, 인력 충원을 경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법안 구조상 일반 경찰 수사관의 이동 유인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일정 계급 이상이면 자기 이름으로 입건·영장 신청·결정을 할 수 있지만, 중수청에서는 수사사법관 아래에서 보조적 역할을 맡게 된다"며 "현재 설계대로라면 적극적으로 이동하려는 분위기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이첩 구조 자체가 국민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수청으로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일부가 일정 기간 검토를 거쳐 경찰로 다시 이첩될 경우, 수사 착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수처 사례처럼 사건이 기관 간을 오가며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 사무 전반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도록 한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행안부 업무보고 기자간담회에서 "행안부 장관의 경찰 통제나 국가수사본부 지휘권 부여 문제는 경찰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입법 정책적 판단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중수청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이른바 경찰 직결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경찰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찰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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