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외부 도움 없이 혼자 자라는 암세포 성장 전략 규명

기사등록 2025/12/24 15:46:20

최종수정 2025/12/24 16:50:24

환자 대상 연구 결과 검증, 위암 초기단계 겨냥한 새 치료전략 제시

[대전=뉴시스] 정상 위 조직과 종양성 위 조직에서의 성장신호 조절방식의 차이. 정상 위 조직(왼쪽)에서는 위 상피세포가 성장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신호를 주변 미세환경으로부터 공급받지만 종양성 위 조직에선 암세포가 성장에 필요한 신호를 주변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성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획득한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정상 위 조직과 종양성 위 조직에서의 성장신호 조절방식의 차이. 정상 위 조직(왼쪽)에서는 위 상피세포가 성장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신호를 주변 미세환경으로부터 공급받지만 종양성 위 조직에선 암세포가 성장에 필요한 신호를 주변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성화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획득한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가 스스로 자라는 성장전략을 규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유전체교정연구단이 위암 발생 초기단계에서 암세포가 주변환경의 도움없이 스스로 성장신호를 만들어 증식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위암에서 오랫동안 설명되지 않던 '암세포의 자율적 성장' 메커니즘을 입증한 성과로 위암 초기단계를 겨냥한 새로운 치료전략 확보에 속도가 붙게 됐다.

위암의 분자적 특성과 성장 기전 연구는 주로 서양에서 발병률이 높은 대장암 연구에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진행돼 왔다. 대장암의 경우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조절하는 'WNT 신호'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이 잘 알려져 있지만 위암에서는 이런 돌연변이가 드물어 암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성장하고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어려웠다.

이번에 IBS 연구진은 위암이 발생하는 아직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전암단계'의 분자적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정상 위 점막세포와 전암단계의 위 점막세포를 비교할 수 있는 생쥐 모델과 오가노이드(organoid) 모델을 구축하고 세포 성장에 필요한 외부 신호를 하나씩 제거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정상 위 점막 세포는 외부 신호가 차단되면 성장이 멈춘 반면 전암단계의 세포 가운데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세포는 외부 도움없이도 성장이 지속되는게 확인됐다.

이어 연구진은 위암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 발견되는 KRAS 또는 HER2 유전자 변이가 이런 차이점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연구진은 이 변이가 활성화되면 세포에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MAPK' 신호경로가 과활성화되고 이 신호가 다시 위 점막 상피세포에서 WNT 신호 분자의 발현을 유도한다는 것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위 점막 세포의 재생과 유지를 조절하는 신호인 WNT 신호가 정상 상태에서는 주변 환경에서 공급되지만 암 발생 초기에는 암세포가 이 신호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더 이상 암세포를 둘러싼 신호 환경인 '미세환경(niche)'에 의존하지 않아도 증식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개별 세포 수준에서의 유전자 발현 분석 결과, MAPK 신호가 활성화될 경우 WNT 신호를 만드는 유전자의 발현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반면 해당 신호를 차단하면 암세포의 자율적 성장이 다시 억제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위암 초기단계에서 암세포의 자율적 성장이 MAPK–WNT 신호 축에 의해 조절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증을 위해 세브란스병원, 독일 드레스덴 의과대학과 국제 공동연구를 진행, 환자 유래 세포에서도 생쥐 모델에서 확인한 신호 변화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KRAS 또는 HER2 변이를 가진 환자 샘플에서 암세포가 외부 신호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특성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이번 연구에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재호·김현기 교수팀,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교 및 칼 구스타프 카루스 대학병원이 동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캔서(Molecular Cancer)'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교신저자인 IBS 이지현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위암이 발생하는 초기단계에서 암세포가 어떻게 성장환경으로부터 독립하는지를 실험적으로 규명한 첫 사례"라며 "암세포가 자율적인 성장을 획득키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신호경로를 밝혀 위암의 초기 발병 단계를 겨냥해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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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외부 도움 없이 혼자 자라는 암세포 성장 전략 규명

기사등록 2025/12/24 15:46:20 최초수정 2025/12/24 16: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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