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한 달…대검, '항소 체크리스트' 일선 배포

기사등록 2025/12/19 18:13:53

최종수정 2025/12/19 18:16:24

'항소 제기 시 검토 사항' 자료 전국청 배포

판단 번복 가능성·구형 대비 선고형 고려

일선 "새로운 기준 아냐…보수적 판단할 듯"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에서 검찰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25.06.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에서 검찰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25.06.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대검찰청이 최근 일선 검찰청에 '항소 제기 시 검토 사항' 자료를 배포했다. 무죄 사건에서는 항소심에서의 판단 번복 가능성을, 양형부당 사건에서는 구형 대비 선고 형량 등을 점검하도록 한 판단 기준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정리한 문건이다. 대검은 "기존 기준을 정리해 업무에 참고하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라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당시 법무부가 제시한 항소 포기 논리를 구조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대검 공판과는 지난 17일 '항소 제기 시 검토 사항'이라는 한 페이지짜리 표를 전국 검찰청 담당 부서에 업무연락 형태로 배포했다. 항소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된 요소들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당시 법무부가 설명한 판단 논리와 상당 부분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자료를 보면, 무죄 사건의 경우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주장되더라도 항소심에서 해당 판단이 실제로 번복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점검하게 돼 있다. 1심에서 제출하지 못한 증거나 탄핵 증거, 수사 적법성을 입증할 증거들을 추가로 낼 가능성이 있는지, 이러한 증거가 제출돼 항소심 판단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는지가 판단 기준으로 포함돼 있다.

양형부당 사건에서는 구형과 선고 형량의 격차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구형 대비 1/2 미만으로 선고됐거나, 살인, 성범죄, 아동학대, 스토킹, 조직적 마약 범죄, 기타 중대범죄 구형 대비 2/3 미만으로 형이 선고된 경우 등이다. 특히, 항소했을 때 인용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 검토 사항으로 표시돼 있다.

이 같은 기준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과정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내세운 설명과 닮아 있다. 정 장관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기소의 최종 결론은 양형"이라며 "이 사건은 검찰이 구형했던 양보다 두 사람이 많은 형을 선고받았고, 법리적인 면에서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는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고, (상급심에서)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는지 봐야한다는 취지로 언급하기도 했다. 항소심에서 실질적인 판단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대검은 이번 업무연락이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거나 기존 원칙을 변경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대검 관계자는 "적정한 상소권 행사를 위해 항소·상고 여부를 결정할 때 검토해야 할 사항을 체크리스트 식으로 정리해 일선에 배포한 것"이라며 "기존 규정이나 판례 등을 분석해 항소 상고 여부 결정 과정에서 빠짐없이 점검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언가가 새로 바뀌어서 전파한 것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기준을 정리해 업무에 참고하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자료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항소 여부를 판단할 때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구형 대비 선고 형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온 만큼, 기존에 알고 있던 기준을 표로 정리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검 예규 등에 나오는 항소 규정 일부를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배포 시점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라는 점에서 당시 제기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번 체크리스트가 항소심에서의 판단 번복 가능성과 구형 대비 선고 형량을 주된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당시 검찰 지휘부가 제시한 논리를 구조화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일선 검사는 "내용만 놓고 보면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시점에 '항소를 이렇게 판단하라'는 기준이 문서로 내려온 것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항소를 제기할 때 이 같은 기준을 좀 더 엄밀히 따져보라는 일종의 지침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기계적 항소를 줄이자는 흐름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문건이 항소 판단을 더 보수적으로 만들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며 "판단 번복이나 선고 형량은 기존에도 고려했던 요소들인데, 사건마다 그 실익에 대한 판단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검사들의 재량권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 상당을 명령하는 등 중형을 내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징역 4~6년이 내려졌다.

다만 공사에 대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가법상 배임 혐의가 아닌 업무상 배임 혐의만 인정이 됐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에 수사팀은 항소를 제기하려 했으나 검찰 지휘부의 항소 포기 지시로 불발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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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한 달…대검, '항소 체크리스트' 일선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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