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빠른 확산세에 산란계 240만마리 살처분…계란값 불안 커지나

기사등록 2025/12/18 17:07:56

최종수정 2025/12/18 17:34:25

올겨울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 총 14건

작년보다 빠르게 발생하고 3건 더 많아

전체 살처분 마릿수 중 산란계가 80%

계란 소비자 가격, 한달전 대비 6.9%↑

철새 이동·야생조류 AI 등 위험 요인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사진은 고병원셩 조류인플루엔자(H5N1형)이 발생한 경기 평택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2일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5.12.02. jtk@newsis.com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사진은 고병원셩 조류인플루엔자(H5N1형)이 발생한 경기 평택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2일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5.12.0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예년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계란을 중심으로 한 축산물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살처분 규모가 물가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는 않지만, 산란계에 집중된 확산세가 철새 이동·야생조류를 통한 바이러스 순환·농장주들의 방역 미흡 사례 등과 맞물리면서 향후 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는 지난 9월12일 첫 발생 이후 전날(17일)까지 96일 동안 총 14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동절기 같은 시점(12월17일 기준)까지 11건이 발생했던 것과 비교해 확산 속도가 더 빠른 수준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고병원성 AI 첫 발생일이 지난해(10월29일)보다 한 달 반가량 빨랐던 점을 감안하면, 동절기 초반부터 발생이 집중되며 확산 국면이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국내에 일찍 유입될수록 방역 기간이 길어지고, 겨울 내내 오염원이 순환하면서 발생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가금농장 발생 14건 가운데 경기 지역이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안성 2건, 파주 1건, 화성 2건, 평택 2건이었다.

뒤이어 충북 2건(괴산·영동), 충남 2건(천안), 전북 1건(남원), 전남 1건(영암), 광주 1건(남구)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사진은 지난 9월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5.09.04.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사진은 지난 9월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5.09.04. [email protected]

축종별로는 산란계 농장에서의 발생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육용종계 2건, 오리(종오리·육용오리) 2건, 토종닭 1건, 기타 가금(기러기 등 혼합사육) 1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올 겨울 고병원성 AI 발생이 산란계 농장에 집중되면서 살처분 마리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날 기준 누적 살처분 마릿수는 총 293만8000수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란계 살처분 물량은 237만8000수로 전체의 약 80.9%를 차지한다.

현재까지 살처분된 산란계는 전체 산란계 사육 마릿수(8622만6219수·KAHIS 기준)의 약 2.8% 수준이지만, 산란계 특성상 확진이 이어질 경우 살처분 규모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란계는 사육 규모가 크고 계란 수거 차량이 수시로 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한 농장에서 확진이 발생할 경우 차량 이동과 밀집 사육 환경을 통해 인접 농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현재 살처분 물량이 아직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산란계에 집중된 고병원성 AI 확진세가 계란 수급 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계란 소비자 가격은 특란 한판(30구) 기준 7023원으로 1년 전(6980원)보다 1.4%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한 달 전(6567원)과 비교해 6.9% 뛴 상태라, 최근의 가격 급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이오와=AP/뉴시스]2009년 11월 16일 미국 아이오와주 한 양계장에서 닭 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2025.05.17.
[아이오와=AP/뉴시스]2009년 11월 16일 미국 아이오와주 한 양계장에서 닭 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2025.05.17.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계란은 일상제처럼 사람들이 거의 매일 식탁에 올리는 재료라 수급 상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며 "고병원성 AI 확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산란계 살처분 규모도 점점 커져 체감 물가 상승으로 빠르게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산란계 살처분 물량은 전체 사육 마릿수의 2.8% 수준으로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다"며 "아울러 현 단계에서는 재고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겨울철 철새 이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추가 확진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처분 규모가 400만 수를 넘을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시작될 수 있어, 정부도 AI 확산세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야생조류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점도 향후 추가 확산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동절기에는 야생조류에서 처음으로 3가지 혈청형(H5N1·H5N6·H5N9)이 동시에 검출되면서 바이러스 유입·확산 위험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서로 다른 혈청형이 동시에 유행할 경우 철새 이동과 환경 오염을 통해 가금농가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방역 기간이 길어지며 확산 양상이 복잡해질 수 있어서다.
[세종=뉴시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가금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의 방역 미흡사항이 확인됐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사진은 발생농장 방역 미흡사항 유형별 관련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5. 12.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가금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의 방역 미흡사항이 확인됐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사진은 발생농장 방역 미흡사항 유형별 관련 모습.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5. 12.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이번 동절기 들어 야생조류에서의 고병원성 AI 검출 사례는 전국적으로 총 15건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충남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3건, 전남 2건 순이었다. 이밖에 경기·충북·경남·부산·광주·서울에서 각각 1건씩 확인됐다.

여기에 일부 가금농장의 방역수칙 미이행도 추가 확산의 또 다른 복병으로 지목된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가금농장을 대상으로 중간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본적인 차단 방역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7개 가금농장 모두에서 출입 소독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고, 농장 전용 의복과 신발을 착용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농장에서는 축사 출입자에 대한 소독 미실시, 축사 전용 의복·신발 미착용은 물론, 알 운반 등 축산차량의 농장 내 진입금지 조치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야생동물 유입 차단 관리가 미흡하거나 농장 출입 차량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 같은 리스크들이 물가 전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방역당국은 산란계 농장 관리에 초점을 맞춰, 알 수거 차량의 농장 진입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할 경우 농장 입구 환적을 의무화하는 등 차량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발생 위험 예측 시스템도 처음 도입됐다. 발생 가능성이 높은 농장과 지역을 사전에 예측해 지자체와 농가에 공유하고, 소독 강화와 외부 출입자 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확산세가 물가에 복합적인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방역 리스크가 물가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초기 차단과 관리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안=뉴시스] 전남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현장. (자료 = 전남도 제공). 2025.1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뉴시스] 전남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현장. (자료 = 전남도 제공). 2025.1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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