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 쑛스토리 III : 현진건편' 포스터. (이미지=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오늘은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드물게 운수가 좋은 날이다! 비 오는 거리에서 손님이 끊이지 않아 큰돈을 벌지만, 마음 한 켠은 편치 않다. 병든 아내가 '설렁탕이 먹고 싶다'던 말을 외면한 채 달리는 그의 귀에는 빗소리와 함께 그 한마디가 지워지지 않고 맴돈다"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이 구성진 우리 판소리의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상주단체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신작 '판소리 쑛스토리 III : 현진건 편'이 오는 19~20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공연된다.
소리꾼 박인혜가 이끄는 단체 놀애박스는 우리 소리를 바탕으로 '판소리 오셀로', '판소리쑛스토리-모파상 편' 등 세계 명작을 판소리로 관객들에게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들은 판소리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기발한 시도로 판소리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는 소리 단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신작은 현진건의 작품 '운수 좋은 날', '그립은 흘긴 눈', '정조와 약가'를 우리 소리로 재해석했다.
한국 근대소설의 대표 작가인 현진건은 100년 전 식민지 아래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근대 개인의 삶과 돈에 대한 욕망을 비극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렸다.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잘 알려진 '운수 좋은 날'은 당시 인력거꾼이라는 하층노동자의 생활상과 기구한 운명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1920년대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이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립은 흘긴 눈' '정조의 약가' 두 편 역시 격변의 시대에 윤리와 도덕, 돈에 대한 욕망이 뒤섞인 풍경을 예리한 스토리텔링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꾼 박인혜가 작창·극본·연출을 맡고 네 명의 소리꾼이 출연하며, 음악감독 최인환이 섬세한 음악을 담당한다.
서울남산국악당은 "구성지면서도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와 웃음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판소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 근대문학의 대표작품과 우리 소리가 만나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15세 이상 관람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서울남산돈화문국악당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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