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80원 근접…1500원 공포도 확대
삼성전자 등 수출기업 소집해 환헤지 확대 당부
국민연금도 소방수 등판…외환스와프·환헤지 연장
"해외투자·환헤지 통제 못해…유동성 관리" 지적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3999.13)보다 20.30포인트(0.51%) 상승한 4019.43에 개장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16.11)보다 5.92포인트(0.65%) 오른 922.03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7.0원)보다 2.5원 내린 1474.5원에 출발했다. 2025.12.17.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17/NISI20251217_0021098803_web.jpg?rnd=20251217092052)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3999.13)보다 20.30포인트(0.51%) 상승한 4019.43에 개장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916.11)보다 5.92포인트(0.65%) 오른 922.03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7.0원)보다 2.5원 내린 1474.5원에 출발했다. 2025.12.1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148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환율이 1500원 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더욱 커졌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주요 수출기업을 상대로 외환 운용 전략을 조정해줄 것을 설득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외환 당국에 따르면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0원 오른 1477.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일시적으로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야간 거래에서는 오름폭을 축소하며 1473.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건 지난주부터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인공지능(AI) 버블론'이 확산하고 일본의 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늘면서 달러 상승 압력도 확대됐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지난 주말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아·현대차,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수출기업 7곳을 소집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16/NISI20251216_0021098098_web.jpg?rnd=20251216124023)
[서울=뉴시스]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수출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12.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수출 기업들에 환헤지 확대를 요청했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래에 발생할 외화 거래의 환율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고정하는 금융 전략으로, 주로 선물환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기업이 환헤지를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면, 매수한 은행은 달러 현물을 팔게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날 회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수출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 등을 정기 점검 및 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의 연장선에 있다. 수출 호조로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일종의 압박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형일 차관은 기업들에게 최근 출범한 기재부 외화업무지원 태스크포스(TF)를 소개하고, 향후 기업들과 TF간에 자료협조 등에 있어 긴밀히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TF는 수출기업의 환전 동향과 해외투자 현황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책수단도 검토한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5. sccho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15/NISI20251215_0021097254_web.jpg?rnd=20251215161555)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5. [email protected]
국민연금도 소방수로 등판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지난 15일 650억 달러(약 95조원) 한도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한은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는 지난 2022년 9월 100억 달러 규모로 시작된 뒤 점차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외환스와프를 이용해 한은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직접 조달하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전략적 환헤지 운영 기간을 내년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기금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집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도 마련하기로 했다.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가 36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환율이 오히려 크게 떨어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연금에 국내 주식 투자 비중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등 업무보고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저평가 돼 있던게 명백하다"며 "십수년간 다른 나라는 다 오르는데 우리나라만 우하향하며 떨어졌다. 요즘은 개선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금은 국내주식 보유 한도를 정해놔서 주가가 올라 초과해버렸다는데, 계속 팔아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연금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16/NISI20251216_0021098209_web.jpg?rnd=20251216140708)
[세종=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email protected]
하지만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의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과 민간 영역에 있는 수출 기업들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존재한다.
현재 외환시장은 구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 통상 합의로 향후 10여년간 수천억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또 미국의 성장률과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나 수출기업이 환헤지를 할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줄일 수 있지만 환율이 지속 상승할 경우에는 추가 수익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 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비중 확대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와 기금의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136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최대 3600조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재 코스피(약 3300조원)와 코스닥(약 500조원)의 시가총액 합계에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약 15.6%,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은 약 23.6%다.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비중을 늘릴 경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또 적립금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국민연금의 자산 매각으로 인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유동성 관리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개인의 해외 투자나 수출기업의 환헤지를 통제하는건 환율 관리에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개인·국민연금의 해외투자나 기업의 환헤지가 환율 상승의 요인이더라도 그것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외투자와 수익을 줄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그것을 제약·통제할 수 없다면 (환율 상승의) 다른 요인인 유동성 공급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 이영환 기자 =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16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어 있다. 2025.12.16.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2/16/NISI20251216_0021097578_web.jpg?rnd=20251216082910)
[인천공항=뉴시스] 이영환 기자 =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16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어 있다. 2025.12.16.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