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호주 아동·청소년, 유튜브·인스타·틱톡 등 전면 차단
세계 첫 미성년자 SNS 금지법에 말레이·EU도 규제 검토 나서
실효성·형평성·기본권 논란 남아…업계 "자율규제로 보완 가능"
![[서울=뉴시스] 국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https://img1.newsis.com/2024/09/13/NISI20240913_0001654603_web.jpg?rnd=20240913150140)
[서울=뉴시스] 국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호주가 세계 최초로 아동·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 금지를 법적 의무화 했다. 이에 따라 16세 미만 호주 미성년자는 앞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엑스 등을 이용할 수 없다. 말레이시아, 덴마크,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미성년자 SNS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한국에서도 입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주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이 10일 발효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과 유해 콘텐츠 신속 삭제를 의무화하는 세계 최초 법안이다.
법에 적용된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엑스, 스냅챗, 레딧, 트위치, 킥 등 10곳이다. 부모 동의와 관계없이 플랫폼 기업이 16세 미만 이용자를 차단하지 못하면 최대 4950만 호주 달러(약 483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지난해 11월 법이 통과된 후 각 SNS 사업자는 16세 미만 이용자의 신규 가입 제한 등 접근 차단을 진행했다. 기존 이용자도 로그아웃 등의 방식으로 SNS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호주가 미성년자 SNS 사용 제한에 나선 데는 SNS 과몰입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호주 시드니 한 교회에서 16세 소년이 주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호주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 소년은 극단주의 단체에 속해 있었는데 이 단체가 SNS를 통해 활동하며 세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호주 정부가 의뢰한 한 연구에 따르면 호주 10~15세 아동·청소년의 96%가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SNS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카 웰스 호주 통신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또 다른 마약으로 불리는 SNS의 알고리즘에 의한 중독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로 퍼진 SNS 금지령, 韓 청소년 2명 중 1명도 SNS 과몰입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3/12/11/NISI20231211_0001434307_web.jpg?rnd=20231211164029)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호주가 세계 최초 아동·청소년 SNS 금지법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다른 국가도 SNS 이용 금지 검토에 나섰다. 말레이시아는 내년부터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이용 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지난달 SNS 이용 최소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했다. 앞서 프랑스, 덴마크는 선제적으로 15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아동·청소년의 SNS 과이용에 고민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2명 중 1명(46.7%)이 SNS 이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숏폼 역시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 비율은 42.2%로 유아, 성인, 60대보다 많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국내에서는 SNS 이용 금지 대신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부분 규제 방식이 검토돼 왔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 설정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모님 계정 쓰면? 틱톡·유튜브는 금지하고 왓츠앱은 되고?
신분증·얼굴·음성 인식 등 연령 확인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청소년이 부모 계정을 이용하거나 해외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술적 차단만으로 규제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특정 SNS만 규제 대상이 되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SNS를 엄격히 정의하기 어렵고 메신저·커뮤니티·동영상 플랫폼 등 형태가 다양해 "사실상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가 규제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조 의원이 발의한 정보보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SNS 정의가 광범위해 사실상 모든 정보통신서비스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에서 청소년이 보호자 동의 없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견을 냈다.
호주 역시 형평성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안전법에 따르면 ▲두 명 이상의 사용자 간 온라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걸 주요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사용자가 자료를 게시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기준으로 규제할 SNS로 설정했다.
이에 왓츠앱 등 메신저가 주 목적인 서비스는 특정 항목에 충족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입법 초기 유튜브도 규제 대상에 제외한다고 밝혔다가 유해 콘텐츠 노출 문제로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호주 정부는 금지 대상 플랫폼 목록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떤 서비스가 SNS 규정에 포함되는지가 바뀔 때마다 사업자와 이용자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높다.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알 권리 침해 우려도 있다. 인터넷이 교육, 소통, 문화 활동의 주요 창구인데 이를 무시하고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도 조 의원이 발의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연령 확인, 서비스 이용시간 제한은 우회할 방법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포괄적인 입법 규제보다 가이드라인 등 자율규제를 통해 사적 질서 형성을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자율규제 나선 플랫폼…"입법 공백 상당 부분 보완 가능"
![[서울=뉴시스] 메타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우선으로 페이스북·메신저에 '청소년 계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25.04.09. (사진=메타 블로그)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09/NISI20250409_0001812838_web.jpg?rnd=20250409090121)
[서울=뉴시스] 메타는 8일(현지 시간)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를 우선으로 페이스북·메신저에 '청소년 계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2025.04.09. (사진=메타 블로그)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국내외 플랫폼들은 이미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메타는 '10대 계정'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14~18세 청소년 가입자를 둔 보호자는 청소년 가입자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 일일 사용 시간 제한 등을 관리할 수 있다.
틱톡도 16세 미만 사용자가 계정을 생성할 경우 계정을 자동으로 비공개 설정한다. 청소년 사용자가 임의로 계정을 공개로 설정하더라도 부모가 이를 재조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18세 이하 미성년자 이용 시간도 하루에 1시간으로 제한했다.
카카오도 보호자 요청 시 미성년 이용자의 오픈채팅·숏폼 콘텐츠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그루밍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우회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서 과도한 법률 규제는 실효성이 낮다"며 "플랫폼 자율규제 및 부모 교육·미디어 리터러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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