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연 '3만원 박사' 시대…임문영 "정치 아닌 지식 리더십이 살길"

기사등록 2025/12/09 14:08:03

최종수정 2025/12/09 14:38:23

KAIT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 기조강연…"AI 등장으로 기존 권위 무너져"

글로벌 AI 경쟁, 경제·산업·군사 영역 균형 붕괴…인재 확보 경쟁 양극화

"지식이 역사 속도와 방향 조절…소버린AI로 AI 3등 아닌 1위 수준 돼야"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주최로 열린 디지털인사이트 포럼 기조강연을 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주최로 열린 디지털인사이트 포럼 기조강연을 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AI 시대는 지식이 폭증하는 '지식 인플레이션'의 시대로, 과거의 정치적 리더십이 아닌 지식이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식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주최로 열린 디지털인사이트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현재는 지식이 무한히 쏟아지는 지식 폭증의 시대로 3만원만 내면 박사급 답변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며 "지식이 축적될수록 가속도가 붙어 일정 수준이 되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바꾸고 정체성이나 게임의 룰까지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 흐르지만 진실에 대한, 진리에 대한 규정 권위가 상실됐다"며 "새로운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부위원장은 이러한 지식의 격차가 곧 '인재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가 'AI 인재 확보를 위해 전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한 말을 인용, "소수의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나머지 인력을 과감하게 줄여야 할 만큼 지식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 또한 인재 영입을 위해 연봉 80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스케일AI'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영입하면서,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얀 르쿤이 19세 창업자 출신에게 보고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임 부위원장은 오픈AI 등 신생 기업의 부상에 밀리자 구글은 세르게이 브린의 복귀와 함께 딥마인드와 구글 브레인을 강제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3년간 매진한 결과물이 '제미나이 3.0'"이라며 구글이 다시 패권 경쟁의 최상단에 복귀한 반면, 애플은 이러한 경쟁 흐름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와 경력을 불문하고 압도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가 전통적인 기업의 서열을 무너뜨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AI가 촉발한 변화는 IT 산업을 넘어 기초 과학의 난제 해결로도 확장되고 있다. 임 부위원장은 데미스 허사비스가 알파폴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 이어, 이제는 '핵융합'에 도전하고 있다는 상황을 언급했다. 이에 미국 빅테크들은 상용화 전 단계인 핵융합 전력을 선구매하며 미래 에너지 패권까지 선점하고 나섰다.

이 같은 기술 패권은 곧바로 국가 안보로 직결된다. 임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제네시스 미션'을 이를 과거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 달에 인류를 보낸 '문샷(아폴로 계획)'에 이은 미국의 '3대 국가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현재를 단순한 기술 경쟁 상황이 아닌 '전쟁 중'으로 인식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군사 분야에서도 AI가 기존 군사력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임 부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저가 드론이 고가 무기체계를 무력화시킨 사례는 기존 군사 균형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이러한 힘의 균형 붕괴가 '국제 경찰'로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일본이 중국을 자극하며 자신들이 헌법을 개정해 '전쟁 가능한 나라'로 나아가려는 등 동아시아의 국제적 분쟁에 노출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임 부위원장은 AI로 인해 인류가 직면하게 된 근본적인 실존 위기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을 인용, "우리는 우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존재와 함께 살아본 경험이 없다. 지구상의 모든 역사는 지능이 높은 존재가 낮은 존재를 지배해왔다"며 "인류보다 더 뛰어난 지능체와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지배 당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은 이처럼 급변하는 위기 속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소버린 AI'와 '지식 리더십'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은 자체 거대언어모델을 보유한 국가로 AI G3가 3등이 아닌 1위와 같은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라 지식인이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은 기업가, 혁신가들이 나와서 자신들이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치인이 주로 떠들고 기업이나 지식인이 목소리를 낮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대 전차 경주에서 세 마리의 말 중 가장 오른쪽에 배치되는 멍에 없는 말, '파레오로스(Pareoros)'를 언급하며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임 부위원장은 "파레오로스는 멍에를 쓰지 않아 전차를 직접 끌지는 않지만, 전차가 코너를 돌거나 속도를 낼 때 방향과 균형을 잡아주는 결정적인 축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지식인이 바로 이 파레오로스가 되어야 한다"며 "지식이 역사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이러한 지식 리더십을 기반으로 새로운 AI 3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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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연 '3만원 박사' 시대…임문영 "정치 아닌 지식 리더십이 살길"

기사등록 2025/12/09 14:08:03 최초수정 2025/12/09 14: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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