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부터 PBV까지"…기아, 80년 유산으로 미래 연다

[용인=뉴시스]박현준 기자 = "요즘 기아가 만들고 있는 목적기반차(PBV)의 원조는 '봉고' 아닐까요? 처음에는 작은 승합차에서 출발했지만, 붕어빵 장사 차량부터 구급차까지 다양한 용도로 변형되며 맞춤형 차량이 된 것처럼요."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기아 80주년 기념행사' 토크 세션에 참석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과거 '봉고'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다목적 승합차 봉고와 소형차 프라이드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 분기점을 마련한 기아가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기아는 창립 이후 축적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향후 100년의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기아는 지난 1944년 김철호 창업자가 세운 '경성정공'에서 출발해 1952년 기아산업으로 사명을 바꿨다. '아시아에서 일어난다(起亞)'는 뜻을 담은 이름이었다.

최초의 국산 자전거 '3000리호'를 비롯해 이륜·삼륜차를 생산했고, 1973년에는 국내 최초 종합 자동차 공장인 소하리공장을 준공해 첫 승용차 '브리사'를 선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기아에 큰 시련이었다. '부도유예' 사태를 거쳐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현대그룹 인수를 계기로 재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중심 경영'을, 뒤이어 정의선 회장(당시 기아 대표이사)은 디자인 경영을 강화하며 기아의 철학과 정체성을 새롭게 설계했다.

권 교수는 "굴지의 자동차 회사 사이에 수많은 인수합병이 있었다"며 "부도가 나고 인수된 다음에 환골탈태해 글로벌 기업으로 태어난 건 매우 성공적이고 기념비적인 사례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기아는 준대형 세단 K7을 시작으로 중형 K5와 소형 K3 등 'K 시리즈'를 출시하며 디자인 경영의 결실을 맺었다. 이후에는 스포츠실용차(SUV) 셀토스를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를 맞은 2020년대 들어 기아는 도전과 혁신을 내세웠다. 2021년에는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바꿨고, 로고와 슬로건, 브랜드 컬러 등 기업이미지(CI) 전반을 개편했다.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위주로 사업구조 재편도 실시했다. 전기차(EV)는 플래그십 차종인 EV6·EV9뿐 아니라 대중화 모델 EV3·EV4·EV5를 잇따라 출시했고, 최초의 PBV인 PV5도 선보이며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사(社史) 편찬 TFT(태스크포스팀)을 맡은 이장규 현대차 고문은 "기아의 창립 80주년 사사는 전반적으로 쉽고 가볍게 읽히도록 쓰였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제품이 아닌 사람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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