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거부 푸틴, 트럼프 이용중…美 협상 간청 즐기며 '느린 승리'"

기사등록 2025/12/04 16:07:16

최종수정 2025/12/04 18:20:24

위트코프, 푸틴과 '우크라 영토' 협의 실패

'돈바스·크름반도 러 법적 영토 승인' 고수

"길어질수록 러 유리…트럼프 2기는 선물"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대표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러시아 방문을 마친 가운데, 서방 언론은 일제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 2025.12.04.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대표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러시아 방문을 마친 가운데, 서방 언론은 일제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 2025.12.04.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대표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러시아 방문을 마친 가운데, 서방 언론은 일제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CNN,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2일(현지 시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5시간 가량 만났다.

양국은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았으나, 핵심 쟁점인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 문제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외교정책보좌관은 회동 종료 후 "일부 제안은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유용하고 건설적이며 실질적인 만남이었다"면서도 영토 관련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이 러시아와 협의를 거쳐 작성한 종전안 최초안 28개항에는 '크름·루한스크·도네츠크는 사실상 러시아령으로 인정된다. 헤르손·자포리자는 접촉선에 따라 동결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초안 28개항에 대해 "최종적인 평화적 해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례적으로 호평한 바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종전안 수정안 협상을 시작하자 "전쟁을 끝내는 길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 중인 영토에서 철수하는 것뿐이며, 철수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수단으로 달성할 것"이라며 돈바스 전역 양도가 빠진 수정안은 거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아가 초안 중 크름반도와 돈바스를 '사실상(de facto)'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법적' 영토 정식 승인으로 고쳐야 한다는 요구도 추가한 상황이다. 타스통신은 3일 "영토 문제에 대한 국제적 인정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짚으며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3년여간 사수해온 영토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러시아 법적 영토를 인정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처음부터 현 상황에서의 종전을 수용할 뜻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전쟁 수행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고, 실제로 러시아가 동부전선에서 우위를 강화해나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러시아에 유리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종전안 수정안 중 영토 문제와 전후 안보 보장 문제를 제외한 대다수 조항에 대해 미국과 합의를 이룬 상태로 알려지지만, 핵심인 영토 문제에서 이견이 지속될 경우 종전은 불가능하다.

특히 침공국인 러시아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종전을 타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이 푸틴 대통령에게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외신은 보고 있다.
[비슈케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5.12.04.
[비슈케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5.12.04.

CNN은 3일 "푸틴은 협상을 원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협상을 간청해오는 상황 자체를 즐긴다"며 "협상 과정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얻을 결과는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며칠 내로 굴복시킨 뒤 유럽의 지배적 강국으로 재부상하려다가 추악한 소모전에 빠져들었던 푸틴에게 트럼프 2기라는 선물이 찾아왔다"며 "트럼프가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저 전쟁이 끝나면 좋겠다'고 말할 때 푸틴은 세계 최강국의 나약함과 무관심을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최근 '평화'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것은 부동산업자가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하청업자를 압박하는 방식"이라며 "그러나 푸틴은 호텔을 사려는 사람이 아니며, 푸틴은 전투와 느린 승리를 전리품으로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위트코프와 쿠슈너는 러시아가 영토,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미래 등 핵심 문제를 타협하지 않는 크렘린의 입장을 알게 됐다"며 "러시아 지도자가 평화 제안을 거부한 것은 크렘린이 여전히 '트럼프 카드'를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독립 정치 분석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가디언에 "이것은 결코 협상이 아니었으며, 러시아의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일 뿐이었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제 트럼프가 입장을 바꿀지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더타임스도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은 트럼프에 대한 푸틴의 두려움을 없앨 뿐' 제하의 기사에서 "러시아 지도자는 제국주의적 야망을 포기할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물러나거나 키이우와 모스크바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거나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3일 "크렘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그들(위트코프 특사·쿠슈너)이 푸틴 대통령과 꽤 괜찮은 회담을 한 것만은 말할 수 있다.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단은 그가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가 보다 정상적인 삶,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매주 수천 명의 군인을 잃는 대신 미국과 교역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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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거부 푸틴, 트럼프 이용중…美 협상 간청 즐기며 '느린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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