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후 업무 메시지 금지"…배경훈 과기 부총리의 조직문화 실험

기사등록 2025/11/29 09:00:00

최종수정 2025/11/29 10:48:43

직원들 대상 타운홀 미팅…심야·주말 연락 '지양' 강조

수평적 소통 위해 민간 기업 '님' 호칭 문화 도입 제안도

부총리 "직원 스스로 지키고 발전시켜야"

[서울=뉴시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열린 '모험 혁신적 AI 투자 추진 간담회' 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5.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열린 '모험 혁신적 AI 투자 추진 간담회' 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밤 9시 이후에는 서로연락하지 맙시다."


지난 26일 세종정부청사 강당.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처 직원들에게 꺼낸 말이다. 간부들 없이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다.

올해 새 정부 출범과 부총리 조직 승격 이후 부처 업무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심야 업무 보고와 지시, 주말 출근 등이 반복되면서 직원들의 업무 피로감이 커진 상황. 예상 밖의 메시지가 부총리 입에서 나오자 참석 공무원들의 눈의 휘둥그레졌다. "이런 얘기를 들을 줄 몰랐다"는 분위기였다.

배 부총리는 이날 전남 나주 우정정보관리원 방문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되는 누리호 4차 발사 현장 일정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 있었지만, 직원들의 고충을 덜기 위한 대안을 직접 제시하고자 자진해 소통 자리를 마련했다.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과도한 업무로 개인 생활이 무너지고 있다는 직원들의 호소가 이어지자, 배 부총리가 직접 기획한 자리였다고 한다. 간부들은 참석 대상에서 제외되고, 직원들만 마주 앉는 형태로 구성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과기정통부 내부 익명 소통창구에는 밤낮없이 울리는 카카오톡 업무 지시, 국회 일정 대응 과정에서 반복되는 보고 작업, 주말 호출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와 예산결산위원회 등 국회 대응 활동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잇단 보고로 작성해야 할 보고서의 양이 방대하고, 야간 연락이 비일비재한 데다 주말 출근까지 일상화되면서 '번아웃'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문제를 언급하며 밤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는 간부들이 직원들에게 가급적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장관 본인조차 심야에 오는 연락을 기다리느라 잠을 설치고 대기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심야 보고를 받게 되면 회신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보니 수면에 방해를 받고,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이에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일부 특수 상황은 예외로 하지만, 그 역시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참에 '주말 소환'의 주범으로 꼽히던 회의 시간도 확 바꾸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이후 주말 사이의 업무 연락 역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말에는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진행되던 간부 중심 공유 회의는 실무진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월요일 오전 회의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요일 등 주말 출근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공유 회의 시간을 오후로 전격 변경했다.

배 부총리는 조직문화 전반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조치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민간에서 직함 대신 '님'을 이름 뒤에 붙여서 부르는 방식을 부처 내에서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직급과 상관없이 보다 수평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부총리님’이 아니라 ‘배경훈님’, 필요하면 ‘경훈님’처럼 이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형적인 공무원 조직 문화를 개선해 보겠다는 것이 배 부총리의 의지다. 보고 문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줄곧 서면 중심 보고의 비효율을 지적해 왔다. 기존 보고 문화는 층층시하의 결재 라인을 거치며 보고서를 수정하고 다시 작성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피로도가 상당했고, 경직된 분위기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가로막아 왔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고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공직사회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정형화된 보고서 중심 방식으로는 핵심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고자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토론식 보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보고받는 사람도 불필요한 절차 없이 요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방식이 자리 잡으려면 조직 내부 분위기도 덜 경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형화된 서면 보고 대신 토론식 방식을 확대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개진하며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겠다는 복안이다. ‘님’ 호칭은 이러한 토론식 보고가 경직된 상하 관계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문화가 체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떠나고 새로운 장관이 오면 다시 원위치될 수 있다"라고 솔직하게 언급하며, 이번 문화 혁신 실험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직원들 스스로가 이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호칭이나 보고 방식도 처음에는 쓰다가 흐지부지되면 의미가 없다. 누구는 쓰고 누구는 안 쓰기 시작하면 유지되기 어렵다"며 "그래서 여러분이 함께 지켜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직원들은 이러한 문화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타운홀 미팅에 참여한 한 직원은 "전체적으로 농담도 곁들여가며 이야기가 진행돼 분위기가 매우 부드러웠다"며 "반응 자체가 대체로 우호적이고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동안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장관이 먼저 꺼내줘서 부담이 덜어졌다"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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