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드러내라"…'세탁기 신화' 류재철, LG전자 CEO 됐다

기사등록 2025/11/27 16:43:32

최종수정 2025/11/27 18:32:23

세탁기 개발자 출신…36년 가전 집중 'LG맨'

"문제는 드러내라"…강한 실행력 소유자

업 가전·가전 구독 주도…'퍼스트 무버'

[서울=뉴시스]류재철 LG전자 신임 CEO.(사진=LG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류재철 LG전자 신임 CEO.(사진=LG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어 온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이 27일 LG전자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36년간 가전업계에만 몸담은 '가전 원로'이자, 세탁기 개발자 출신으로 LG전자의 세탁기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류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CEO까지 오른 기술형 사업가다. 재직 기간 절반을 가전 연구개발에 종사했고, 이후에는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맡아 LG 생활가전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21년부터는 LG전자의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을 맡아 LG 생활가전을 단일 브랜드 기준 명실상부 글로벌 1등 지위에 올려놓았다.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류 사장이 H&A사업본부장을 맡은 지난 3년간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매출액 연 평균성장률은 무려 7%에 달한다.

최대 프리미엄 가전시장인 북미 지역 성과도 탁월하다. LG전자는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올 3분기 누적 점유율 21.8%로 확고한 1위에 올라 있다.

미국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전 브랜드'에서 종합가전회사로는 6년 연속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발표한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프렌치도어 냉장고 ▲양문형 냉장고 ▲건조기 ▲전자레인지 총 4개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문제는 드러내라"…'강한 실행력' 주목

류 사장의 경영철학은 '문제 드러내기'와 '강한 실행력'으로 요약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의 본질적 격차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철저한 자기인식이 필수적이라는 신념에서다.

류 사장은 모든 해결책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구매, 제조 영역 경쟁력 확보에서 출발한 문제 드러내기 활동은 사업의 전 밸류체인으로 확대하며 사업 전개의 속도감을 높이고,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서울=뉴시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이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IFA LG전자 부스에서 집을 넘어 모빌리티로 확장된 AI홈 솔루션 공간 '슈필라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2025.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이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IFA LG전자 부스에서 집을 넘어 모빌리티로 확장된 AI홈 솔루션 공간 '슈필라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2025.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올해 HS사업본부는 국내외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문제 드러내기 콘테스트'를 실시했다. 톱-다운 형식의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실무자의 시각에서 개선이 필요한 요소를 발굴해 혁신하자는 취지다. 이 콘테스트에서 도출한 수천 건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은 LG 생활가전의 본원적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류 사장은 매년 말 사업본부 소속 리더 수백명을 불러 GIB 행사를 주관, 조직의 강한 실행력을 주문하고 직접 독려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GIB란 'Go Into Battle'의 줄임말로, 마치 전장에 들어서는 장수의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임하자는 의미를 담은 리더십 워크숍이다. 내년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본부 소속 리더들이 전부 모여 올해 나온 문제를 드러내 강도 높게 반성하고, 내년도 목표 달성 의지를 다지는 행사다.

업 가전·가전 구독 주도…'퍼스트 무버'

류 사장은 고객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경쟁 판도를 주도해 왔다.

구매 후에도 지속적인 기능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업(UP) 가전' 패러다임이나, 가전에 서비스를 결합해 차별적 가치를 제시하는 가전구독 사업이 대표 사례다.

업 가전은 2022년 한국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북미, 유럽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고객 업 가전 기능 누적 업그레이드 횟수는 2000만건을 넘어섰다. 업 가전은 향후 생활가전 사업에서 플랫폼 사업모델을 전개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가전구독 매출은 재작년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조원에 육박한다.

올 들어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응해 세계 각지 생산 네트워크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스윙생산체제'를 앞세워 사업 영향을 최소화한 점도 사업환경 변화를 감지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사례다.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미 관세 영향에도 불구하고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 브라질 파라나주 등에 신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이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IFA LG전자 부스에서 AI홈 허브 '씽큐 온'과 가전들이 서로 연결되며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LG AI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2025.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이 4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IFA LG전자 부스에서 AI홈 허브 '씽큐 온'과 가전들이 서로 연결되며 고객의 일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LG AI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2025.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I 활용으로 가전 핵심 경쟁력 혁신…AX 박차

류 사장은 품질, 원가경쟁력, 개발속도 등 가전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AI 활용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AX(인공지능 전환)를 누구보다 앞장서 추진해 왔다.

생활가전 R&D 직군에 오픈AI의 기업용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기반으로 하는 추론형 AI를 사내 최초로 도입했다. 다양한 변수를 입력하면 실제 실험 없이도 결과를 도출해 R&D 기간과 개발 비용을 대폭 줄인다. 이는 과감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이를 검증하며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토대다.

HS사업본부의 생성형 AI 기반 데이터 분석 시스템 '찾다(CHATDA)'는 씽큐 앱과 제품으로 수집한 글로벌 고객 사용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AI와 대화하며 정보를 찾는 시스템이다.

'찾다'는 북미·유럽 등 프리미엄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 등 시장을 다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한 맞춤형 제품 개발에 유용하다.

예컨대 브라질 고객의 세탁 빈도가 잦고 1회당 세탁량이 적은 사실을 도출해 브라질향 세탁기의 '소량급속코스' UX(사용자경험) 순서를 앞당겼다. LG전자는 '찾다'로 기존 3~5일까지 소요되던 데이터 분석 시간을 최대 30분 이내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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