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점 이후 합격자,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1심 패소…2심 "주의의무 다하지 않아" 승소
대법서 파기환송…"위법 행위 단정 어려워"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11.23.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25/NISI20250925_0020992478_web.jpg?rnd=20250925112819)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11.23.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대법원이 지난 2021년 58회 세무사시험에서 불합격했다가 부실채점 논란 이후 추가 합격된 세무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불합격 처분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행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세무사들이 공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1년 58회 세무사시험에서 불거진 논란에서 시작됐다. 세무사시험은 1, 2차로 나뉘는데, 당시 2차 시험 과정에서 부실 채점 논란이 일었다.
2차 시험의 경우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 평균 점수가 높은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 중 한 과목이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으로 탈락하게 된다.
당시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80% 가량이 과락을 받았다. 이는 해당 과목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3번 물음에 대해서도 배점기준을 충족했는데도 점수를 받지 못했거나 오답을 기재했지만 점수가 부여된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감사를 실시해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3번 물음과 관련해 동일한 답안을 두고 점수를 달리 부여하는 등 채점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도 세법학 2부 문제 1번의 3번 물음에 대해 출제위원 겸 채점위원이 채점 도중 채점기준검토회의를 거치지 않고 채점 기준을 단독으로 변경했고 실제 채점 시에는 변경한 기준과도 다른 기준을 적용했으며, 표본 재채점 결과 당초 채점 결과와 상당한 편차가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은 감사 결과에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재채점을 실시해 기존 합격자 706명에 더해 75명을 추가 합격시켰다.
소송을 제기한 세무사들은 재채점 이후 추가 합격한 응시생들이다. 이들은 감사 결과 공단 측의 첫 합격자 발표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각각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공단이 문제 채점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1차 합격자 발표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세무사들에게 각각 3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고들을 불합격시킨 1차 합격자 발표가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잃은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는 시험에서 고의 또는 과실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시험출제에 관여한 공무원이나 시험위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그에 따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이로 인해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에 부담시켜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고들 대부분이 세법학 1부 과락을 이유로 합격하지 못했는데, 고용부 감사에서 문제가 된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3번 물음에 대해 원고들의 답안에 최초 채점 당시에도 점수가 부여됐어야 하는지를 판단하지 않아 국가배상책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감사원이 지적한 세법학 2부 문제 1번의 3번 물음에 대해서도 채점 기준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채점 결과가 최초 채점 결과와 다르다는 사정만을 들어 객관적 정당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또한 공단이 감사 결과 이후 신속하게 재채점을 실시해 원고들을 추가 합격시킨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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