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리버풀처럼 될라…종묘, 세계유산 지위 상실 위기

기사등록 2025/11/07 14:27:02

6일 대법원 "개발완화 조례 개정 적법"

세운4구역 142m 빌딩 건축 가능해져

유네스코 "인근 고층 건물 건축 불허가 보장해야" 권고

세계유산 등재 당시 가치 상실되면 목록서 삭제될 수도

獨 드레스덴 엘베 계곡, 英 리버풀 해양산업도시 등재 취소

[서울=뉴시스] 종묘 정전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4.16. photo@newsis.co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종묘 정전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4.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한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지위가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고시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에 따르면, 세운 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변경됐다. 청계천변 기준으로는 건물 최고 높이가 배로 올라가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고시에 대해 유네스코 권고 절차인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선행되지 않았고, 초고층 건물이 세계유산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대법이 '문화재 보존지역 초과 시 인허가 재검토' 조항을 삭제한 2년 전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서울시는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종묘는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으로서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물이다. 동시대 단일 목조건축물 중 연건평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크나, 장식적이지 않고 유교의 검소함이 깃들어 있다. 5만 6,503평의 경내에는 종묘 정전, 별묘인 영녕전과 전사청, 재실, 향대청 및 공신당, 칠사당 등의 건물이 있다.

종묘는 조선 시대 전통건물로서 일반 건축이 아닌 신전 건축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의 보편적 가치를 지녀 많은 현대 건축가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으며, 종묘의 뛰어난 건축적 가치는 '동양의 파르테논'이라 칭해질 만큼 건축사적 가치가 크다.

종묘의 정전과 영녕전 및 주변 환경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고, 종묘제례와 음악·춤의 원형 또한 잘 계승되어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 등재 문서에 따르면, 1995년 2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전문단이 종묘를 방문해 조선 왕조의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성된 놀라운 건축물로, 최고의 예술적·건축적 업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등재 권고사항에 '종묘는 적절한 완충지대로 둘러싸여 있으나 그 너머 지역에는 상당한 현대 도시화가 진행 중이므로, 세계유산 지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건축 허가는 없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1일 싱가포르 '마리나 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 제도의 장점을 용산이나 세운상가(지구)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화이트 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일대 모습. 2022.08.01.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1일 싱가포르 '마리나 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 제도의 장점을 용산이나 세운상가(지구)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화이트 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일대 모습. 2022.08.01. [email protected]

국가유산청은 종묘 세계유산 등재 권고사항을 근거로 도시 재개발로 인한 종묘의 세계유산 등재 철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따르면, 유산이 등재 당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정성, 완전성을 상실했다고 판단되면 목록에서 삭제될 수 있다.

해당 국가 또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유산의 손상 또는 위험 요소를 보고하거나, 위원회가 이를 인지할 경우 이코모스가 이를 평가한다. 위원회는 본회의에서 비준 표결을 거쳐 등재 취소를 결정한다.

현재까지 세계유산이 등재 취소된 사례는 2007년 오만의 아라비안 오릭스 보호구역,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 2021년 영국 리버풀 해양산업도시 등 모두 3건이다.

그중 18~19세기 낭만주의 문화·건축경관이 조성된 드레스덴 엘베 계곡에서는 대규모 현대 교량 건설이 진행됐다.

18~19세기 세계 무역 중심지이자 근대 항구시설과 건축물이 있는 리버풀 해양산업도시에서는 과잉 재개발 계획으로 위원회가 이 유산이 그 가치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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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리버풀처럼 될라…종묘, 세계유산 지위 상실 위기

기사등록 2025/11/07 14:27: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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