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외로운 청년은 왜 혐오를 말하게 됐나…'영국은 나의 것'

기사등록 2025/11/05 16:07:59

[서울=뉴시스] 영국은 나의 것. (사진=롤러코스터 제공) 2025.11.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국은 나의 것. (사진=롤러코스터 제공) 2025.1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린 수습 기자 = 외로움을 채워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위로는 어떻게 혐오와 분열의 언어가 되는가.

소설가 니컬러스 파담시는 데뷔작 '영국은 나의 것'(롤러코스터)를 통해 디지털시대 청년들의 상실과 분열, 감정의 정치화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파담시는 영국 언론 '옵서버''가 2024년 '주목해야할 신인 소설가'로 선정한 인물이다.

파담시는 런던에 사는 이란계 청년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데이비드는 음악과 게임으로 외로운 시간을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우상이던 싱어송라이터 칼 윌리엄스가 혐오 발언으로 대중에게 '캔슬' 당하자 혼란에 빠진다.

그가 처음으로 소속감을 느낀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속 위로는 곧 외부를 향한 혐오와 분열의 언어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음악과 유머, 밈을 공유하는 가벼운 공간이었지만 이내 상처와 분노가 교차하고 극우 이데올로기가 난무한다.

저자는 혐오를 사회 감정의 질병으로 보고, 타인의 분노를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과 이해의 부재가 어떻게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는지 제시한다.

책은 청년들의 외로움·불안·상실감이 분노로 바뀌고, 그 분노가 다시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조직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감정이 어떻게 정치의 언어로 변하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소외의 피해자였던 데이비드가 스스로를 '아리아인'이라 주장하며 무슬림을 혐오하는 모습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복합적 인물 서사가 섬세하게 드러난다.

혐오의 대상이 되는 무슬림 청년 하산은 정반대로 등장한다. 하산은 대학을 준비하며 커뮤니티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지만, 술과 대마초에 빠진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자원봉사마저 조롱받는다. 적대적으로 보이는 세상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두 사람의 운명은 파멸적인 방식으로 얽히게 된다.

소설 속 영국은 특정 국가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전 지구적 풍경이자 '21세기 글로벌 분노의 지도'라고 평가받는다. 이는 특정 세대나 계층, 이민자를 절대 악으로 규정하며 배제하는 오늘날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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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외로운 청년은 왜 혐오를 말하게 됐나…'영국은 나의 것'

기사등록 2025/11/05 16:07:5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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