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美 핵실험 재개하면 상응 조치"(종합2보)

[서울=뉴시스]신정원 김예진 기자 = 러시아는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실험 재개를 지시한 것에 대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곤에 '핵무기 실험을 즉시 재개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은 주권 국가로서 주권적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밝힌 입장을 상기시키고 싶다. 누구든 (핵실험) 유예를 위반할 경우 러시아는 동등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최근 실시한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와 핵 추진 수중드론 '포세이돈' 시험 발사는 핵실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종말의 무기'로도 불리는 포세이돈은 핵탄두와 재래식탄두 모두 탑재가 가능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 모두 핵실험'이라고 언급한 것이 부레베스트니크를 가리킨 것이라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모든 국가가 방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번 실험은 핵실험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부레베스트니크와 포세이돈 시험에 대한 정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됐길 바란다"면서 "이 시험들은 어떤 경우에도 핵실험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1일 부레베스트니크를 시험 발사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15시간 동안 1만4000㎞를 비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군복을 입고 성공을 발표하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인 무기"라고 과시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29일 포세이돈 시험에도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포세이돈의 폭발력은 곧 실전 배치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핵실험 재개 지시는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내년 2월 만료를 앞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1년간 연장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미국이 응답하지 않고 있는 점도 들며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제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이야기할 만한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뉴스타트 연장과 핵무기 실험 재개는 "주제가 약간 다르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군사전문지 '내셔널 디펜스' 편집장인 이고르 코로첸코는 "포세이돈 수중 잠수정 시험은 미국이 뉴스타트를 준수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레베스트니크 개발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레베스트니크 같은 시스템에 대해 러시아 지도부가 반복해서 밝혀왔듯이, 그 개발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특히 우리나라는 미사일 방어 분야에서 점점 더 불안정을 초래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행동에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평의회(상원) 부의장인 콘스탄틴 코사체프는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코사체프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결정은 CTBT와 핵무기 실험 유예에 대한 미국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1996년 체결된 CTBT 서명을 철회한 적이 없다. 또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더라도 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빈 협약 제18조에 따라 조약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2년 미국은 소련(1990년)에 이어 핵무기 실험 유예를 도입했으며, 이것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도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2위, 중국은 한참 뒤진 3위지만 5년 내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의 핵실험 프로그램에 대응해, 국방부에 동등한 기준의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 따르면 미국은 1992년 핵폭발 실험을 중단해 왔다.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 9월 네바다에서 수행됐는데,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같은 해 지하 핵실험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은 1996년, 러시아는 1990년 이후 핵실험을 한 바 없다. 다만 핵 운반 능력 현대화는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지만,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은 하지 않았다. 핵실험에 나설 경우 조약을 위반하는 건 아니지만 국제적 비난과 파장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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