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위법수사", 공소시효 지나 檢수사권 남용 처벌 안돼
무죄 확정 시, 16년 미제 사건으로…살인죄 공소시효 없어
재수사 필요성 제기될 듯…"진범 잡아야 정의, 부녀 위로"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백모(71·오른쪽)와 딸(41)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씨와 딸은 지난 2009년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와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 등)으로 2012년 대법원에서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3년 9월 재심이 개시, 이날 사건 발생 16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0.28.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0/28/NISI20251028_0021033796_web.jpg?rnd=20251028161325)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백모(71·오른쪽)와 딸(41)가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 결과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씨와 딸은 지난 2009년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와 지인에게 마시게 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 등)으로 2012년 대법원에서 각기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3년 9월 재심이 개시, 이날 사건 발생 16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10.28.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으로 중형이 확정돼 15년간 옥살이를 한 부녀(父女)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일단 누명은 벗었다.
적법하지 않은 수사가 무죄 판결의 주된 근거 중 하나로 판시됐지만 공소시효 문제로 당시 수사 검사 등에 대한 처벌은 어렵게 됐다. 다만 부녀의 무죄가 확정될 경우, 16년 전 사건의 진범을 다시 가려내는 수사 개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주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의영)는 2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던 백모(75)씨와 백씨의 딸(41)의 재심에서 각기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 만으로는 부녀의 살인 범행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다.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검사가 주장한 법리 오해도 없다"며 부녀의 살인·존속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1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했다.
백씨 부녀는 서로 공모해 2009년 7월6일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청산염)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지인에게 마시게 해 2명을 숨지게 하고, 함께 마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던 백씨 부녀가 갈등 관계였던 아내이자 친모인 최씨를 살해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심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가 진술 거부권 고지, 추측에 기반한 유도 신문 등 전반적으로 위법한 수사로 백씨 부녀의 수사기관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특히 아버지 백씨는 초등학교 2학년 중퇴 이후 자신의 이름 등 간단한 단어를 읽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사실상 '문맹'이었고 딸 백씨 역시 경계성 지능에 해당해 신뢰관계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진술을 받았어야 했다며 검찰의 위법 수사 행태를 지적했다.
실제 당시 진술 녹화 영상에 담긴 백씨 부녀의 소극적이고 어눌한 진술에 비해 검찰 조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고 범행 동기와 경위를 짜맞추는 듯한 질문도 다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서도 백씨 부녀 측의 수사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성립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시 위법수사 공소시효는 각 7년으로 이미 지나 당시 부녀의 자백을 받아낸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에 대한 형사 처벌은 어렵게 됐다.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상고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검찰이 상고하지 않는다면 백씨 부녀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다. 반대로 검찰이 상고하면 대법원이 다시 백씨 부녀의 살인·존속살해 혐의 등에 대해 심리한다.
만약 백씨 부녀의 무죄가 최종 확정되면 청산염 탄 막걸리로 최씨와 마을주민을 사상케 한 '진범'을 찾아낼 재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시 초동 수사를 맡은 순천경찰서는 대대적인 수사팀을 꾸려 '막걸리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추리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백씨의 딸이 얽힌 성범죄 무고 사건과 관련 첩보 입수 등을 이유로 사건을 가져가 직접 수사했고, 백씨 부녀의 자백 진술을 근거로 유죄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살인죄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백씨 부녀의 무죄가 최종 확정되면 16년 전 '청산염 막걸리 살인'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된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시간이 지나 난항이 예상되지만 '전면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될 전망이다.
백씨 부녀 측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양심 있는 판단으로 상고를 포기하기 바란다. 무죄가 확정되면 그간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단된 수사를 재개해달라. 진범 처벌은 궁극적인 국가 사법 정의의 실현이며, 유족이자 사법 피해자인 백씨 부녀에게 드리는 가장 큰 위로다. 진범 역시 반드시 잡아야 가족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가게 되면서 백씨 부녀가 용의 선상에 올랐고 위법한 수사에 따른 허위 자백 진술을 기반으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로 이어졌다. 경찰 수사 당시에는 유력 용의자도 있었고 현재까지 사건 기록을 봐도 '진범'은 분명 따로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백씨 부녀 측은 무죄 확정 시,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형사 배상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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