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
착취·성폭력 등 억압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소설 쓰는 것"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쓸 수 밖에 없는"
![[서울=뉴시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아나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5.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28/NISI20251028_0001977344_web.jpg?rnd=20251028141112)
[서울=뉴시스]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아나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5.10.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이 상은 제가 아니라 소설 속 아이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받아쓰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이미 제 손을 떠났습니다. '4인칭의 아이들'은 더 이상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곧 독자들과 만날 것입니다."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자 김아나(38) 작가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다산책방) 출간 간담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4인칭의 아이들'은 한 재단의 후원을 받아 '행복한 아이들의 섬'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재단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착취와 성폭력 등 억압받고 삶을 통제받는다. 작품은 아이들의 고통을 비추며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내용이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꿈'에서 비롯됐다.
김 작가는 "저 역시 좋지 않은 일련의 사건을 겪었고, 어린 시절부터 (이로 인해) 악몽을 반복해서 꾸었다"며 "한동안 잊었지만 지난해 다시 악몽이 시작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쓰며 어린 시절 절망과 슬픔을 견뎠던 순간들을 오늘날 다시 마주했고, 그 감정을 풀어낼 돌파구로 이 소설을 썼다.
그는 "문득 많은 여성들이 나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 모르고, 이들도 같은 악몽에 시달릴 거라 생각했다"며 "나와 비슷한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찾아야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소설을 쓰는 것이기에 집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털어놓는 1인칭에서, 제자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3인칭 관점으로 전개된다. 그러다 4인칭까지 확장해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불특정 모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올가 토카루츠크가 사용한 4인칭 개념을 적용하면 어떻겠냐는 동료 작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 작품에 대입시켰다.
김 작가는 "제가 생각하는 4인칭 개념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경험에 대해 소통하는 집단이다"며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함께 모여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일련의 과정이 4인칭의 개념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혼불문학상 심사위원단은 "타협하지 않은 서술을 통해 3인칭에서 3.5인칭 그리고 종내에는 4인칭까지 나아가는 방식이 독보적이었다"며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쓰는 절박함. 이러한 순도 높은 절박과 진실 앞에서는 미숙도 과잉도 미학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혼불문학상 심사에 참여한 소설가 최진영은 "홀로 감당할 수 없기에 너와 나를 이은 우리의 기억으로 모아서 서로를 지탱해 주어야만 가까스로 윤곽을 그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며 "그와 같은 우리가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고도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 작가는 2021년 문학잡지 '던전'에 단편을 실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여아의 집단 낙태를 다룬 소설 '1990XX'로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이날 앞으로 집필 계획도 전했다. 그는 "장편처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설을 쓸 때는 피해자 중심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서도 "새로 계획하고 있는 장편에는 춤추고 노래하는 '자유로운 여성'에 대해 가볍게 쓰고 싶은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혼불문학상 고(故) 최명희 작가의 대하소설 '혼불'이 품은 인간의 불멸성과 언어의 진정성을 현재의 문학으로 되살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2011년 1회를 시작해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올해 응모작은 332편이었다. 상금은 7000만원.
![[서울=뉴시스] '4인칭의 아이들'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5.10.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28/NISI20251028_0001977244_web.jpg?rnd=20251028123908)
[서울=뉴시스] '4인칭의 아이들' (사진=다산책방 제공) 2025.10.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