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파고②]대법관 증원, 상고심 적체 해소 기대…하급심 강화 목소리도

기사등록 2025/10/06 06:00:00

최종수정 2025/10/06 08:24:02

與, 대법관 14→26명 증원 추진…"상고심 적체 해소"

일각 "하급심 강화가 우선"…상고제도 개혁엔 공감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 가운데 핵심 의제는 대법관 증원이다.

대법관 증원은 법조계 안팎에서 오랜 기간 논의된 상고제도 개선 방안 중 하나다. 매년 대법원까지 사건들이 밀려오면서 상고심 적체 현상이 심화되는데 대법관을 늘려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에 치우친 최고법원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대법관 수를 늘려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공약했다. 대법관 증원을 통해 모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비법관 출신·여성 대법관을 늘려 사법부 다양성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사법부는 그동안 대법관 수 증가가 아닌 상고심 사건을 줄이는 방향으로 상고제도 개혁을 검토해왔다. 이에 최근 사법개혁 국면에서 대법관 증원 논의에 대해 상고제도 개혁이라는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공론화를 통한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與, 대법관 14→26명 증원 추진…"상고심 적체 해소"

민주당은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고심 접수 사건이 늘어나면서 대법관의 업무가 가중돼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심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민사사건 상고심 접수 건수는 1만4958건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형사사건의 상고심 접수 건수 역시 2만4889건으로 전년 대비 18.0% 늘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상고심 접수 사건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되고 항소심 처리건수가 늘어나면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작년 한 해 동안 약 4만건에 육박하는 사건들을 접수해 살펴봤다는 의미다. 산술적으로 대법관 1명이 심리하는 사건 수는 일년에 3000건을 넘어섰다.

상고심 사건이 증가하면서 대법관들이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사건 심리가 지연되거나 선고까지 시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법조계에선 상고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사법부 구성 다양화를 위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법관 후보 추천 과정에서 주류 엘리트 출신 법조인이 물망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 구성이 이른바 '서오남' 법관들이 다수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비법관 출신 대법관은 김선수 전 대법관이 유일한 사례로 남아있다. 여성 대법관의 경우도 현직 14명 가운데 오경미·신숙희·이숙연 대법관 3명 뿐이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이후 사법개혁안을 확정하고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法, "하급심 강화가 우선"…상고제도 개혁에는 공감

사법부는 상고제도 개혁을 위해 대법관 증원보다는 사실심에 해당하는 1·2심 강화가 우선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모든 국민은 세 번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대법원까지 사건을 이어오는데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대신 하급심을 충실하게 심리해 1·2심에서 법적 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선 대법관 증원이 하급심 강화 흐름에 역행하는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상고심 사건이 늘어나고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고 해서 단순히 대법관을 늘려 3심을 강화하는 방안이 답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대법관이 대폭 증원되면 사실심 약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도 나온다. 대법관 1명당 8명 안팎의 재판연구관을 두고 있는데, 12명이 늘어나면 1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지방법원 1~2개가 사라지는 규모라고 한다.

현재도 하급심 법원은 밀려드는 사건으로 재판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민사합의사건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437.3일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급심 법관들이 재판연구관으로 대거 차출될 경우 사건 심리가 지연되는 것은 당연하고 결국 대법원에서 재판이 확정되는 시간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사법부가 상고제도 개혁에 뒷전이었던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보단 상고 사건을 제한하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집중해왔다. 상고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닌 허가제를 시행하거나, 상고사건을 다루는 전문법원을 만들자고 했다.

대법관 증원이 이뤄지고 나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26명의 대법관이 모두 모여 심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전원합의체를 민사·형사 등으로 나누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개정안 시행으로 사법부가 정치권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동안 순증하는 1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고, 이에 더해 임기 내 퇴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의 후임자도 임명해야 한다.

사법부 내부에서 대법관 증원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12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일부 법원장들은 4명 정도의 소규모 증원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대법관 증원을 전제로 혹은 병행해 사실심에 대한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지난달 말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고 대법관 증원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대법관 증원을 통해 상고심 병목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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