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아침부터 줄 선 무료 급식소…"이런 밥 어디서 먹나"
급식소 쉬는 명절 연휴 끼니 막막…고물가 시대 청년도 식비 부담
전문가 "고립 노인 도울 지역 협력망·지속가능한 식품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박나리 수습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2025.10.01 parkn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02/NISI20251002_0001960961_web.jpg?rnd=20251002171159)
[서울=뉴시스] 박나리 수습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2025.10.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나리 수습 기자 = "매일 꼭 와요.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어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 앞에는 배식 시작도 전에 골목길을 따라 500m 넘게 노인들이 줄을 섰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힘겹게 개점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박스를 방석 삼아 삼삼오오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부지런히 첫 줄에 선 노인은 "새벽 6시에 왔다"거나 "평소보다 사람이 세 배는 많은 것 같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수원시에서 매일 이곳을 찾는 노창일(69)씨는 "아침 9시에 급행을 타고 왔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오랜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마스의집'은 한국경제인협회 후원으로 갈비탕, 불고기, 인삼 튀김 등으로 꾸린 500인분의 점심 식사를 마련했다. 준비한 음식은 배식 시작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동났다. 봉사자는 "명절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식사를 만들었다"며 "특별히 과일, 빵, 한과 등을 담은 선물꾸러미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선물을 받아 든 김호문(60)씨는 "박스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느라 혼자 밥을 챙겨 먹기 어렵다"며 "시장에서 김밥도 3000원이 넘어 부담스러운데 이렇게 챙겨주는 데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풍성한 한가위 그늘에 가려진 조촐한 밥 한 끼 걱정
![[서울=뉴시스] 박나리 수습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1일 오전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서울 영등포구의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5.10.01 parknr@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02/NISI20251002_0001960904_web.jpg?rnd=20251002164043)
[서울=뉴시스] 박나리 수습기자 = 추석 연휴를 앞둔 1일 오전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서울 영등포구의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5.10.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매일 한 끼조차 스스로 해결하기 벅찬 이들. '풍성한 한가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들에게 명절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추석 연휴에는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는 날이 많아 끼니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4500원'에 맞춰진 식대로 생활하던 이들도 연휴 기간 운영 중지로 영락없이 고물가 시장으로 내몰린다. 특히 복지센터에서 무료로 끼니를 해결하던 기초생활수급자는 고민이 깊어진다.
매일 무료 급식소를 방문하는 최종승(63)씨는 "추석 때는 운영하는 급식소를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며 "요즘 도시락도 6000원은 하는데 그마저도 사 먹을 능력이 없어 또 다른 무료 급식을 찾아야 한다"고 털어놨다.
홀로 명절을 보내는 노인들의 사정은 더 막막하다. 소귀임(81)씨는 "박스를 주우며 살아서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한다"며 "집에 있어도 먹을 만한 것은 겨우 라면 정도"라고 했다.
열흘에 가까운 황금연휴가 이어진 올해 추석은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에게 '고립의 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임대주택에서 혼자 지내는 이백용(59)씨도 "밖에 나가면 다 돈이 들지 않겠나. 명절에 돈이 없으면 나가기도 힘들다"고 귀띔했다.
연령대 달라도 공유하는 '식대 부담'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1.23.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1/20/NISI20241120_0020601688_web.jpg?rnd=20241120085657)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대학로)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11.23. [email protected]
한 끼를 둘러싼 고민은 청년층도 다르지 않았다. 추석 연휴 동안 대학교 학생 식당 등이 운영을 멈추면서 저렴한 식사를 찾는 청년도 생활비 걱정에 쪼들리고 있다. 이들은 밥값 부담이 커지면서 매 끼니를 해결할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맨다.
연휴가 다가오기 전에 저렴한 한 끼를 먹기 위해 찾은 청년도 줄지었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찾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홀로 식사하고자 줄을 선 청년도 눈에 띄었다. 청년밥상문간에서 제공하는 단돈 3000원 김치찌개를 먹기 위한 움직임이다. 돼지고기가 든 김치찌개와 무제한 리필이 가능한 공깃밥, 콩나물무침을 곁들인 따뜻한 식사에 청년들은 고개를 숙인 채 빠르게 밥공기를 비웠다.
대학로 공연을 보러 왔다는 김모(24)씨는 "여기서는 3000원에 밥을 먹지만 다른 곳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밖에서 같은 식사를 하려면 만원은 든다"고 부쩍 오른 외식물가에 혀를 내둘렀다.
이들이 체감하는 고물가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100)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로 기록됐다. 1년 전과 비교해 2.1%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농축산물은 2.0%, 외식물가는 3.4%나 치솟았다.
문제는 연휴 기간 청년밥상문간도 문을 닫는다는 점이다.
인근 대학교 기숙사에 사는 고예원(21)씨는 "기숙사는 조리가 허용되지 않아 밖에서 사 먹어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며 "그러다 보니 주로 학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주머니 사정을 터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민성현(20)씨와 이채아(20)씨도 "편의점 폐기 음식으로 식비를 아끼려고 노력한다"며 "돈을 모으려면 식비를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물가 오름세 속 '밥상 무게' 가중
![[서울=뉴시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쌀값 급등에 달걀·육류 등 축산물, 외식물가까지 고공행진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0/02/NISI20251002_0001959919_web.jpg?rnd=20251002095551)
[서울=뉴시스]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쌀값 급등에 달걀·육류 등 축산물, 외식물가까지 고공행진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가파른 물가 오름세에 추석 연휴는 세대를 아울러 한 끼 식사 부담을 공유하는 시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는 연휴 기간의 끼니 걱정에 내몰리는 이들의 생활상이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 입장에서는 연휴 때 급식소가 쉬면 끼니가 막막해지지만, 동시에 운영하는 쪽도 휴일이 있어 일방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라며 "무조건적인 식사 지원보다는 고립된 이웃을 돌보는 지역사회 협력망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시적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식품 지원이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올해부터 본사업으로 시행한 농식품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층 임산부와 아동 가구에 식품 구매비를 지원하고 있다. 다음 해에는 청년 가구까지 확대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노인 가구까지 포함해 실질적인 먹거리 지원이 가능하도록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명절에는 밀키트나 도시락을 사전에 제공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지원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협력으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추석 연휴 동안 저소득 어르신과 결식 우려 아동에게 도시락·밑반찬을 배달하고, 노숙인 시설에는 매일 세 끼를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 맞춤 지원을 포함한 '추석 종합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