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초과 상태서 부동산 담보 자금 대여…대법 "정상 거래면 사해행위 아냐"

기사등록 2025/09/14 09:00:00

최종수정 2025/09/14 09:20:24

대법 "사해행위, 채무자와의 관계·계약 내용 등 따져 판단해야"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09.14.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09.14.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자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려도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있으면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고의로 본인의 재산을 숨기거나 타인에게 이전해 채권자가 채무를 변제받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C씨의 전처로, 2014년경 이혼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 명목으로 C씨로부터 약 4억4000만원의 채권을 취득했다. C씨가 일부 변제해 채권은 3억3000만원이 남았다.

C씨는 2015년 8월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토지을 매입해 단독주택을 지었다. 그는 2022년 8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B씨로부터 2억원을 빌렸고, B씨는 A씨 소유 토지와 주택에 채권최고액 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약 4억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을 보유하고 있던 D조합은 각 토지와 집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고, 경매 결과 약 5억원에 낙찰됐다. B씨는 우선 순위에 따라 배당금 약 1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근저당권 설정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며 B씨가 받은 배당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C씨의 채무 상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라며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C씨가 전세금 반환을 목적으로 돈을 빌렸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B씨가 계약 과정에서 다른 채권자들과 여러 차례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맺었다가 말소된 사실을 파악해 C씨의 채무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채무자와의 관계, 계약 경위와 내용, 담보 가치 등을 따져 볼 때 정상적인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고는 친인척 관계 등 C씨의 재산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특수한 관계에 있지 않다"며 "근저당권 설정계약이나 이를 둘러싼 거래관계가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이례적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피고는 C씨에 대한 기존 채권에 관해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신규 자금 2억원을 대여하면서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피고가 자신의 기존 채권에 관해 다른 일반채권자들의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만족을 얻기 위해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더욱이 피고로서는 계약 당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객관적인 담보가치가 대여금액을 담보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담보가액 범위 내의 금원을 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는 근저당권 설정계약이 원고를 비롯한 다른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가 된다는 점을 알지 못한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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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초과 상태서 부동산 담보 자금 대여…대법 "정상 거래면 사해행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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