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가 검사 사진에 붙인 점수순으로 우선 판독
5년 전엔 의사가 직접 판독 입력…지금은 음성인식
효율적인 시간 분배로 의료진은 환자 진료에 집중
![[서울=뉴시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병원장(영상의학과)이 의료AI 루닛 인사이트 MMG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AI 소프트웨어는 유방촬영 영상에서 유방암으로 의심되는 부위를 색상으로 표기하여 판독의를 보조한다. (사진=루닛 제공) 2025.09.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1/NISI20250911_0001941548_web.jpg?rnd=20250911181237)
[서울=뉴시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병원장(영상의학과)이 의료AI 루닛 인사이트 MMG를 사용하고 있다. 해당 AI 소프트웨어는 유방촬영 영상에서 유방암으로 의심되는 부위를 색상으로 표기하여 판독의를 보조한다. (사진=루닛 제공) 2025.09.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의료AI가 분류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판독합니다. 다 이상이 있다는 것은 아니고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침에 이상이 있을 환자를 먼저 판독을 합니다."
최근 간담회에서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병원장(영상의학과 교수)은 의료 인공지능(AI)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흉부 엑스레이는 아마 한 번씩은 다 촬영했을 것이다"며 "엑스레이 검사의 특징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보다는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가려내서 어떤 검사를 권고할 것인지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엑스레이 영상을 판독하는데 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엑스레이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컴퓨터단층활영(CT)이나 자기공명명상(MRI), 초음파 등 시간을 써야하는 검사들이 많다.
김 병원장은 "개원 전부터 엑스레이 검사 등은 AI 판독 보조를 이용해서 시간을 줄이는 것을 생각했다"라며 "그 시간에 다른 환자를 만나거나 더 정밀하게 봐야 하는 항목에 할애할 수 있겠다고 합의해서 AI 솔루션을 도입했다"라고 밝혔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20년 3월 지금의 위치로 이전 개원했다. 현재 600병상 이상을 운용 중이다.
현재 의료AI는 의사의 판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김 병원장의 분석이다. 하지만 판독 보조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김 병원장은 "(AI보다) 제 눈이 더 정확하다"라며 "하지만 내가 놓칠 수 있는 소견을 AI가 알람을 띄어주면 한 번 더 보기 때문에 훨씬 더 정확도가 높다. 물론 가짜 병변을 표시할 때는 그것을 무시하고 제가 판독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김 병원장은 의료AI에 대한 활용 범위 확대를 고민했다. 그는 "지금 이 사진은 제가 직접 클릭을 해야만 AI 결과를 볼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의료AI로) 이상 유무에 대한 퍼센티지를 확인할 수 있으면 판독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의 생각은 현실로 옮겨졌다.
김 병원장은 "이 사진에 점수가 붙어있다"라며 "전에는 사진을 열어야만 점수가 보였지만 이제 점수가 사진 목록에 삽입돼, 점수가 높은 순으로 혹은 낮은 순으로 판독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아침에 이상이 있을 환자를 먼저 판독을 한다"라며 "저녁에 퇴근하기 전에는 다 지쳤죠. 눈도 피로하고 침침할 때는 정상일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판독한다"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런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해서 굉장히 호응을 받았다"라고 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는 다양한 의료AI 솔루션이 도입돼 있다. 그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직접 판독 내용을 입력하거나 타이피스트에게 구술해야 했지만, 이제는 AI 음성인식 솔루션이 판독 내용을 99% 정확도로 받아 적는다"라고 설명했다. 의사는 오타 여부만 확인하고 확정함으로써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개원 시부터 모든 병리 검사를 디지털화했다. 많은 병원에서 병리라고 하면 몸에서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디지털화를 통해 자문을 구할 때 효율을 높였다.
김 병원장은 "병리는 유무가 확실히 갈리는 것도 있지만 굉장히 진단이 어려워 다른 병원 혹은 해외 병원에다가 의견을 구할 때가 많다"라며 "한 10년 전 신촌에 있는 세브란스에 근무했을 때만 해도 슬라이드를 다 하나씩 만들어서 포장을 해서, 국제우편을 보내고 미국에서 자문이 오는데 한두 달이 걸렸다. 이때 슬라이드가 중간에 소실될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문을 구할 때 인터넷 주소(URL)를 열어준다. 그는 "'이 사이트로 들어오십시오'하는 것이다"라며 "그 URL을 열면 하버드에 있는 사람이 들어와서 줌 미팅을 통해서 같이 슬라이드를 보는 데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진단이 거의 실시간으로 뤄지는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화가 돼야지만 각종 AI 솔루션을 연계할 수 있다"라며 "이렇게 디지털 병리 이미지가 들어오니까 각종 AI솔루션과 연계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병원장이 지난달 27일 필립스코리아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연 '미래건강지수(Future Health Index) 2025 한국 보고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의료AI 활용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필립스코리아 제공) 2025.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2/NISI20250912_0001941815_web.jpg?rnd=20250912093413)
[서울=뉴시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 병원장이 지난달 27일 필립스코리아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연 '미래건강지수(Future Health Index) 2025 한국 보고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의료AI 활용 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필립스코리아 제공) 2025.09.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I는 아직 암 진단처럼 복합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특정 염색 세포 집계와 같이 정확성이 요구되는 반복 작업에 뛰어나다는 것이 김 병원장의 평가다. 그는 이를 '박사님 수준'이라고 했다. 의료진이 일일이 현미경으로 세포 수를 세면 눈의 피로와 함께 시간 소모가 크지만, AI는 전체 슬라이드 내의 이상 세포를 몇 초 만에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러한 AI의 도움으로 의료진은 더욱 중요한 진단과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생성형 AI를 통한 의무기록 자동화도 의료 혁신을 만들어냈다. 의사들은 환자를 만나기 전 피검사나 CT, MRI 등 여러 검사 결과를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러한 의무기록을 자동으로 정리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연세의료원 발표를 보면 AI 솔루션 도입 후 환자 의무기록 작성 시간이 85%나 줄어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AI는 의료진이 환자 중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병원장은 "(의료AI로) 줄인 시간을 의사들은 환자를 만나는데 사용하고, 시술 등에 할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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