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안산시장 "꿈은 갈등 치유자, 슬리퍼 버리고 뜁니다"[인터뷰]

기사등록 2025/07/18 09:11:13

최종수정 2025/07/18 11:02:48

"수원 김진표·김장환·염태영 같은 안산의 어른 필요"

"슬리퍼 신는 순간 쉬고 싶을 것, 최선 다해야 미래 있다"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이민근 안산시장이 15일 시장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5.07.18.sonano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이민근 안산시장이 15일 시장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전국동시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 선거보다는 더불어민주당 내 후보선출전이 흥행하는 곳. 더불어민주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곳. 정치지형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 경기 안산시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윤화섭 전 시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3자 구도를 형성하지 않았다면 이민근 안산시장이 당선됐을 것인가. 지난 3년간 늘 물음표가 따라 붙는 질문이다. 당시 1위 이민근 후보와 2위 제종길 후보와의 표차는 단 181표. 제종길 후보가 재검표를 요구했다.

"불안함이 없지 않아 있었죠. 181표 차이인데, 역사적으로 바뀐 일은 없다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저도, 제 옆에 있는 사람들도 염려를 많이 했어요. 최종 179표차로 확인됐죠"

선거 결과에는 이변이 없었지만, 안산시에서는 16년 만에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생겼다.

지난 15일 이민근 안산시장을 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민근 시장은 안산시 토박이다. 지금은 폐교된 단원구 성곡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일찌감치 안산지역 현안에 눈을 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시장은 개인 SNS(페이스북)에 자신의 이름 '민근(民根)'을 파자(破字)해 놓았다. "안산시민(民)의 뿌리(根)가 되고 싶습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은 부친의 영향이 크다.
"아버지께서 동네에서 약간 지도자 역할을 했어요. 이장도 하시고 어촌계장도 하시고, 안산시 새마을협의회장도 하시고, 안산시 정계 인사들하고 가까우셨지요"

가까이 지내던 동네 선배들 역시 정치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정계 입문도 빨랐다. 2003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안산시의회 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내리 3선을 했다. 제7대 안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을 역임했다.

"선배들 활동을 돕다 보니 안산이라는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일이 뭔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어요. 내가 한 번 정치에 도전해보자. 정당 선택에 대한 고민은 안 했어요. 선배들이 있는 당이 한나라당이었으니까"

이민근 시장에게도 정치 공백기, 야인시절이 있었다. 12년간의 시의원 생활을 접고 2018년 민선 7기 안산시장 선거에 출마, 더불어민주당 윤화섭 후보에게 패하며 낙선했다.

"4년 동안 아내하고 피자가게를 운영했죠. 12년 간 시의원을 지낸 후의 일들이라 초라함도 많이 느꼈지요. 행사장에서는 현직 위주로 소개를 하다보니 소개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가끔씩은 공직자가 나를 홀대하고 무시한다는 느낌도 있었고. 그래도 사단법인 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안산시민들과 호흡했어요"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민의힘 안산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경선에서 홍장표 전 국회의원, 김석훈 전 안산시의회 의장, 김정택 현 안산 그리너스FC 단장, 양진영 변호사 등 지역 유력인사들을 크게 따돌렸다.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이민근 안산시장이 15일 시장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5.07.18.sonano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이민근 안산시장이 15일 시장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민근 시장은 안산에 어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치적 진영을 떠나서 진심으로 안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역의 어른.

"수원시에는 양 진영을 아우르는 어른이 있어요. 김진표 전 국회의원은 수원을 대표하는 정치인이시고, 김장환 목사님은 개신교회 목사님으로 보지 않고 종교계의 어른으로 보고 있고, 염태영 국회의원도 민주당 출신 시장이 아니라 수원을 대표하는 행정가로 보는 시선이 있어요. 갈등이 생겨도 이런 분들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봉합시키지요. 안산은 양쪽 진영의 어른은 고사하고 한 쪽 진영의 어른도 없는 거지요"

수원시와 시흥시 등 인근 기초지자체와 달리 재선을 하는 시장이 없다는 것도 안산시의 큰 문제라고도 지적한다.

실제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고 선거를 통해 시장을 선출한 이후 안산에서는 단 한 번도 연임 시장이 없었다. 송진섭 시장이 1995~1998년, 2002~2006년 등 당을 바꿔가며 1·3기 민선 시장을 한 게 재임 기록의 전부다. 심지어 현직 시장임에도 차기 선거에서는 당내 후보로 나서지 못해 시장이 바뀌기도 했다.

"안산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쉬운 영역은 행정의 연속성이예요. 연임 시장이 없어요. 시 성장에는 마이너스 요인이지요. 시장에 따라 시정 철학이 뒤죽박죽 엉키니까요. 행정절차 이행에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4년 임기 동안에 할 수 있는 행정은 한계가 있거든요. 전임 시장이 하던 일을 하는 것에도 에너지를 소진해야 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해야하고, 새로운 정책도 도입해서 펼쳐야 하고"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이민근 시장 집무실에 놓인 나무 재질의 명패.2025.07.18.sonanom@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산=뉴시스] 문영호 기자 = 이민근 시장 집무실에 놓인 나무 재질의 명패[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뷰 내내 시장 뒤쪽, 집무실 창문 앞 선반에 놓인 나무 재질의 명패에 자꾸 눈이 간다. 안산시 공직에서 정년퇴임한 지역 선배가 이 시장 취임 직후 안산시의 수장으로서 행정 운영의 지침으로 삼으라며 제작해 건넨 거라고 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2022년 7월 취임 이후 이민근 시장이 지켜 온 철칙 한 가지가 있다. 집무실에 슬리퍼를 두지 않는 것. 신발을 벗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수면실과 헬스 기구 등을 모두 치웠다. 그러고 보니 집무실에 접견용 소파도 안 보인다.

"슬리퍼를 신는 순간 쉬려고 할 거고, 그러면 드러 누우려고 할 거고. 10분 정도 쉬면 안 되겠냐라는 마음도 있는데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근간을 없애 버렸어요.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 도시 안산은 없다는 생각이예요"

인터뷰 말미. 굳이 2026년 지방선거 재선 도전 여부를 물어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민근 시장이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 모습은 뭘까.

"수원의 어른들처럼 저도 때가 되면 안산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젊음을 무기로 가진 후배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그런 후배들을 많이 키워놓아야 돼요. 물러나도 후배들이 잘 하면 대리만족 되는 거지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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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근 안산시장 "꿈은 갈등 치유자, 슬리퍼 버리고 뜁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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