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발암물질 TCE·PCE 기준치 280~460배 초과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 결과 공개하지도 않아
강기정 시장 "기초단체 소관" 1차 책임 구로 돌려
박병규 구청장 "고개 숙여 사과, 배경·책임 조사할 것"
![[광주=뉴시스]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6/09/NISI20220609_0018900070_web.jpg?rnd=20220609140827)
[광주=뉴시스]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광주지역 최대 규모 산업단지인 하남산단 내 공업용수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수 백배 초과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광산구가 오염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겨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행정 당국이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대거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2년 동안 방치한 것에 대해 파장이 일자 광주시는 책임을 광산구로 돌렸고, 광산구는 공식 사과문 발표와 함께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15일 광산구에 따르면 구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추진 배경은 광주시 지하수관리계획 수립 용역 결과 하남산단 내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등 특정 유해물질로 지하수 오염이 심각, 오염 현황과 원인을 규명해 효과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용역 사업비 10억원은 시비가 투입됐다.
TCE와 PCE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금속부품 세정제나 접착제 첨가제, 탈지 작업, 농약 등에 활용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하남산단 전역 171개 지점에 지하수 관측정을 설치, 657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이 중 TCE가 117개, PCE가 67개 시료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이 확인된 지역을 5개 구역(Zone)으로 나눴는데, 1~3 구역에서 기준치 466배가 넘는 최대 27.982㎎/ℓ의 TCE가 검출됐다. PCE 역시 최대 5.691㎎/ℓ가 검출, 기준치를 284배 초과했다.
금속가공과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 업체가 오래전부터 입주해 많은 폐기물과 오염물을 누출 했을 개연성이 존재, 일부 업체에서 현재 금속가공과 전자부품 제조 등을 위해 TCE와 PCE가 포함된 세정용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하남산단이 조성된 40여년 전부터 산업용 유기용제에 의한 오염물질 누출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산단 인접 주거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 중인 지하수 시설에 대한 사용중지 행정(조치) 명령과 이에 따른 용수 공급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담겼다.
주거지역으로 오염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수 이용 현황과 오염 실태조사를 병행, 오염 정화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광산구는 용역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광산구 용역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제16조 2항)에 따라 용역 결과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하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지하수 오염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광주=뉴시스]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 결과 보고서 중 조사지역 TCE, PCE 오염 분포도. (용역 보고서 내용 갈무리) 2025.07.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15/NISI20250715_0001893391_web.jpg?rnd=20250715151207)
[광주=뉴시스]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 용역 결과 보고서 중 조사지역 TCE, PCE 오염 분포도. (용역 보고서 내용 갈무리) 2025.07.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광산구와 광주시가 용역 결과보고서를 통해 지하수에서 발암물질이 대거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2년이 다 되도록 방치, 지하수 시설 사용중지 행정 명령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박수기(더불어민주당·광산5) 의원은 이날 제334회 임시회 시정질문을 통해 "광주시와 광산구는 용역 결과가 나온 지 2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가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고 광주시 책임론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지하수의 경우 광주시는 관리 계획 수립을 하고 지하수 허가, 신고, 수질검사, 조사, 오염방지 명령, 측정은 기초단체인 구청 소관"이라며 1차적 책임은 구청으로 못박았다.
박병규 광산구청장도 이날 비판이 일자 공식 사과문을 내고 뒤늦게 대응책을 내놨다.
박 구청장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하수 오염 사실을 알리는데도 소홀했다. 산단 노동자와 시민들께 걱정을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TF를 구성해 오염 확산을 막고, 정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며 "수완지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187개소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안에 수질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산단 내 86개소와 오염 실태 조사가 필요한 장덕동은 25개소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용도는 공업용, 농업용, 청소용수 등이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수는 2~3년 단위로 수질검사를 실시, 2021년 이후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일부 기준치 이하였다"고 설명했다.
용역 결과와 오염 사실을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용역 결과가 2년 넘게 묻힌 배경과 책임 소재에 대해 감사를 시행하겠다. 문제의 원인과 과정, 처리 결과도 투명히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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