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회의 말레이서 개최…"北 완전한 비핵화 목표 확고"

[쿠알라룸푸르=뉴시스]박준호 기자 = 한국과 미국, 일본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쿠알라룸푸르컨벤션센터(KLCC)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반도 및 지역 정세, 한미일 3국 간 경제협력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박 차관은 회의에 앞서 최근 미국 텍사스 홍수 피해에 대해 위로의 뜻을 루비오 장관에게 전했다. 이어 박 차관은 "취임 후 첫 소다자 회의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 하에서 한미일 협력을 지속 발전시키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앞으로 3국 간 단합을 공고히 하며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확고함을 재확인하는 한편, 3국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 억제를 유지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박 차관은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하고, 미·일측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측에서는 북한 핵개발 억지력 강화는 물론 북한의 제재 회피 행위를 차단하는 동시에 대화 노력을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미국과 일본에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미일은 역내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인태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3국은 에너지, 조선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했으며, 핵심 광물 등을 포함한 공급망 안정, 인공지능 등 핵심·신흥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 차관은 최근 한미일 기술 리더 연수 프로그램(미국) 및 제2차 미래세대 리더 서밋(일본) 등을 통해 3국 차세대 교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3국은 앞으로도 이러한 모멘텀을 이어나가 한미일 협력의 미래 동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외교부가 설명했다.

외교부는 한미일 3국은 앞으로도 각급에서 계속 긴밀히 소통하며 한미일 협력의 구체적 성과 거양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북한 암호화폐 해킹 등 사이버 범죄, 북러 군사협력 등과 관련한 공조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및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이 되는 암호자산 절취를 포함한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등에 대해 긴밀히 연계하여 대응해 나갈 것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이날 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한 역내 평화 관련 논의가 오갔는지도 관심이었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은 "3자는 힘 또는 위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포함한 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일·미·한에서 긴밀히 제휴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힘 또는 위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이라는 표현을 놓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미국 관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박 차관이 루비오 장관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역으로 루비오 장관이 미국 정부측 입장을 추가로 개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3국 외교회담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로, 지난 4월 4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지 3개월 만에 열렸다. 그 전에는 지난 2월 15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된 바 있다.

통상 외교 회담은 대화 파트너 간 급을 고려해 추진되기 때문에 아세안 회의 기간 중에 한미 외교장관 회의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는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박 차관이 루비오 장관과 정식 대화 대신 회의 중 조우나 짧은 약식 회동을 통해 접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 외교장관이 한국 외교차관과 3국 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건 한미일 3국 협력 심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정권 교체로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한국 측 사정을 이해해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의를 두고 신정부 들어서서 처음으로 한미일 3국이 모여서 서로 공조 의지를 확인하고 여러가지 주요 현안들에서 같은 입장을 확인한 만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아세안 회의의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열리게 된 만큼 공동성명은 발표하지 않았다.

루비오 장관이 이번 주초 한국과 일본 방문 계획을 세웠다가 갑작스런 사정으로 취소했고,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도 최근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의 내용을 결과문서로 채택하는 절차까지 조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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