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물밑 외교전 치열…'美관세 대응 교섭·韓 대북메시지' 관전포인트

기사등록 2025/07/10 14:15:48

최종수정 2025/07/10 15:12:24

美국무장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트럼프 관세' 맞물려 관심 고조

남·북한 외교수장 모두 불참 ARF 한반도 문제 논의 비중은 줄어들 듯

韓, 새정부 출범 후 다자회의 첫 대북메시지 내놓을지도 관심

[쿠알라룸푸르=뉴시스]박준호 기자 =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58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2025.07.10 p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쿠알라룸푸르=뉴시스]박준호 기자 =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58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2025.07.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쿠알라룸푸르=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주도하고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국이 참여하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 대처와 다자회의에서 한국이 내놓을 첫 대북 메시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부터 11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제58차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관세 위협은 상대적으로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밀집한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8월 1일부로 대미(對美) 수출 관세가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있는 14개국에는 아세안 회원국 6개국이 포함된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동남아시아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연례 회의를 시작하면서 미국의 관세를 염두에 두고 "세계 무역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카드를 꺼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몰리고 있다. 루비오 국무장관과 먼저 접촉하려는 각국 외교수장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10일 저녁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갈라 만찬에서 루비오 장관이 각국 장관들과 사실상 연쇄 '회동'을 연출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관세 관련해서 루비오 장관과 대화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며 "(미국 정부가) 지금 서한들을 대부분 아세안 국가들에 집중적으로 보내온 상황이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이 루비오 장관을 안 만날 수도 없고 줄을 서서라도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맞물려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중국이 아세안 외교전에서 어떤 식으로 대미 압박 전략을 펼칠 것인지도 관심이다. 중국이 일부 아세안 국가들과 연대해 공개석상에서 미국의 관세를 강도높게 비판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도 미국과 관세 협상을 최우선에 두고 진행중인 만큼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미국이 참여하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루비오 장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우리측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차관은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회의를 통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세안과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국가들이 신정부의 대(對)아세안 정책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며 "우리가 그간 해왔던 아세안 정책이 일관되게 지속될 것이라는 것들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국자는 또 "공급망 교란이나 여러 가지 지정학적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AI(인공지능), 녹색전환 그리고 특히 요즘 아세안 각국들이 중점을 가지고 있는 신성장 동력을 함께 마련해서 호혜적인 협력을 강화해 보자는 메시지를 발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11일 오전에는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후 같은 날 오후에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역내외 국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할 것이고, 또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AS, ARF 두 회의체에서는 미얀마 정세, 중동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갈등 등 역내 및 국제 정세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남북한 외교수장이 모두 빠진 채 치러지는 만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반도 문제의 비중은 예년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북핵 등 북한 문제가 비중있게 다뤄질 가능성은 작은 가운데, 우리 정부가 내놓을 대북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정부가 출범한 후 다자회의에서 한국이 북한 관련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적은 아직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상 국제 회의에서 선정하는 주요 의제에는 개최 시기의 분위기나 정세 등이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북한이 북핵·미사일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을 만한 도발이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참가국들의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역내 유일하게 참여하는 다자안보 협의체인 ARF에 외무상 또는 주인도네시아대사를 수석대표로 참석시켰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올해 ARF 회의에는 불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의 자금세탁 혐의 관련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등으로 외교 관계를 단절해 북한이 말레이시아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불참하게 되면 남북한 외교 당국자 간 조우나 접촉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알라룸푸르=뉴시스]박준호 기자 =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58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2025.07.10 p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쿠알라룸푸르=뉴시스]박준호 기자 =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58차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2025.07.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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