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서 47차 세계유산위 회의 열려
군함도 정식의제 채택 놓고 표대결 끝에 무산
日 안건에 찬성 7표·반대 3표·기권8표·무효3표
![[나가사키=AP/뉴시스]일명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남부 나가사키 현에 위치한 하시마(端島)에 방문한 관광객들. 2022.12.02.](https://img1.newsis.com/2020/08/10/NISI20200810_0016557213_web.jpg?rnd=20200810111054)
[나가사키=AP/뉴시스]일명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남부 나가사키 현에 위치한 하시마(端島)에 방문한 관광객들. 2022.12.02.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 문제가 정식 의제로 다뤄지지 못하게 됐다.
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유산위) 회의에서 군함도 관련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하는 안을 두고 21개 위원국들이 비밀투표를 진행한 결과 의제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점했다. 일본의 안이 7표, 반대 3표로 가결됐다. 기권 8표, 무효는 3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후속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유산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유네스코 사무국에 의제로 요청했고, 잠정 의제 목록에 군함도 문제가 올랐다.
반면 일본은 유산위 의제가 아닌 한일 양자 협의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해당 안건을 제외하자고 역제안했다.
결국 한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표결이 이뤄졌으나, 군함도 후속조치 문제는 정식 의제로 다뤄지지 못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유산위 회의 기간 중 일본의 결정 이행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식으로 다시 밝힌다는 입장이다. 또 앞으로도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일본이 유산위 관련 결정과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지속해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 대표단은 의제 채택과 관련 실시된 토의 과정에서 일본이 스스로 한 약속과 유산위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고 유산위 결정 이행 문제를 위원회가 직접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라며 "이런 노력에도 결과적으로 의제 채택에 필요한 표가 확보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우리 대표단은 위원국들과의 사전협의 과정에서 유산위가 채택한 결정의 이행상황을 위원회 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원칙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고 많은 위원국들은 이런 원칙에 대해 공감을 표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약속했던 후속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산위는 2015년 7월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 23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일본 측에 조선인 강제동원을 비롯해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한일 간 협상 결과로 일본도 수용했다.
그러나 일본은 등재 당시 약속했던 것을 이행하지 않았다. 전체 역사를 설명하기 위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유산이 위치한 나가사키현이 아닌 도쿄에 설치됐으며 여기에서도 조선인 강제동원, 심각한 차별 등 피해자들이 겪었던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에 유산위는 2018·2021·2023년 일본의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취지의 결정문을 채택했다. 2021년 제44차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일본 측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올해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기념해 나가사키시가 군함도 모습을 가상현실(VR) 영상으로 제작했으나, 조선인 강제노역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이 10년째 군함도 후속 조치를 외면하고 관련 논의도 유네스코에서 '표 대결'이란 방법으로 불발되면서 정부의 대응 수위가 주목된다.
유네스코에서 일본의 미흡한 후속조치에 대해 실질적인 불이익 등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청하는 안은 유산 자체의 훼손 등 유산에 중대한 변경이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후속조치가 계속 미진할 경우 내년에 다시 유산위에 의제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내년에도 위원국이지만 일본은 내년에 위원국 지위를 잃게 된다.
군함도 문제로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대일 정책에 대해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 협력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며 실용 외교를 강조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과거사 현안에 대해선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해 나가면서도 일측과 상호 신뢰 하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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