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1990년대 이란 핵프로그램 시작 때 네트워크 구축
지난해 12월 정보·공군 관계자 공격 목표 대상 250개 결정
모사드, 이란 내부로 드론·트럭 밀반입…방공망 공격 사용
![[테헤란=신화/뉴시스] 2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내부를 치우고 있다. 2025.06.27.](https://img1.newsis.com/2025/06/26/NISI20250626_0020864350_web.jpg?rnd=20250626083110)
[테헤란=신화/뉴시스] 2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내부를 치우고 있다. 2025.06.27.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6월 13일 자정 이스라엘 장군들은 공군 본부 지하 벙커에 모여 ‘붉은 웨딩’으로 명명된 작전을 지켜봤다. 전폭기가 이란 수도 테헤란을 공습하는 것이다.
몇 시간 후 10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이란의 최고 군사 지휘관들이 죽었다. 이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유명한 결혼식 장면과 매우 유사한 대량 학살이었다.
군 지휘관 제거 작전은 ‘붉은 웨딩’
대규모 폭격보다 주목을 덜 받았으나 12일간의 공격에서 이스라엘의 기획자들도 너무 환상적이어서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 작전이 이었다.
소설 시리즈의 이름을 따서 ‘나니아(Narnia) 작전’이라고 부른 테헤란의 자택에 있는 이란의 최고 핵 과학자 9명을 거의 동시에 사살하는 것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현직 안보 관계자 18명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26일 보도한 이 작전은 정교한 계략이 필요했으며 마지막 순간에 거의 무산될 위기도 있었다.
일부 이스라엘 관리들조차 10년도 더 전에 시작된 자신들의 계획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는지 놀랐다.
군사작전국장이자 이 작전의 핵심 설계자인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은 “이 일을 세부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을 때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모든 목표 인물을 동시에 타격하지 못하면 뿔뿔이 흩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의 핵능력은 그대로 보존되고 보복은 훨씬 더 강력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광범위한 요원 네크워크 구축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일부 과학자 암살 등을 위해 이란 내부에 광범위한 요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핵 프로그램과 핵 전문가 집단을 공중에서 파괴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공격해야 할 장소들은 본토에서 1600㎞ 이상 떨어져 있다.
조종사들은 한 대의 공중급유기 주위를 6대에서 10대까지 편대로 비행하며 이동 중에 교대로 여러 차례 재급유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미사일을 투하할 때 최대 효율을 위해 각 미사일이 15초에서 20초 이내에 투하되도록 항공기의 위치를 완벽하게 조정하는 법도 배워야 했다.
이런 훈련은 남북으로 불과 290마일에 불과한 이스라엘에서는 불가능했다.
2008년 ‘영광스러운 스파르탄 작전’에서 100대 이상의 F-15와 F-16 전투기가 그리스까지 1600㎞ 이상을 비행했고 훈련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전투기 1600㎞ 장거리 비행 훈련 ‘영광의 스파르탄’
당시 이란 내부 스파이 네트워크는 이란 군 지도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공격 중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파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드론 기지를 이란 내부에 설치할 만큼 광범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년 동안 예멘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장거리 전투기 능력을 더욱 시험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과 10월에는 테헤란의 최첨단 방공 시스템인 러시아산 S-300을 공격해 무력화시켰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해 수개월내 핵폭탄 제조가 가능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공격의 긴박성이 높아졌다.
우라늄 농축 억제에 실패해 이제는 핵무기 제조 과학자들을 암살하는 작전을 준비했다. 바로 ‘나니아’ 작전이다.
지난해 11월 정보·공군 관계자 모여 250여개 목표 인물·시설 결정
살해 대상 과학자, 핵 시설, 미사일 발사대, 군 관계자 등 250개 이상의 목표 목록을 작성했다.
수천 개의 정보 출처를 교차 검토해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철저히 파악하는데는 해외정보기관 모사드가 투입됐다.
모사드 요원들은 폭발물이 장착된 수백 대의 쿼드콥터 드론 부품을 가방, 트럭, 선적 컨테이너에 담아 밀반입하는 데 수개월을 보냈다.
무인 플랫폼에서 원격으로 발사할 수 있는 무기도 밀반입했다.
장비로 무장한 소규모 부대는 이란의 방공망과 미사일 발사장 근처에 배치돼 이스라엘의 공격 개시 때 이란의 방어 시스템을 파괴할 준비를 마쳤다.
아들 결혼식, 총리 휴가 계획, 미국과 공격 시기 갈등설 등 연막 작전
이스라엘 보안 당국자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군사 고문들은 6월 9일 공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네타냐후 팀은 이란이 과학자와 군 지도자들을 해산하는 등의 예방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계획을 위장해야 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16일 그의 장남 아브네르의 결혼식을 올린 후에는 휴가를 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공격 개시 여부를 둘러싼 의견 충돌이 있음을 시사하는 보도를 언론에 유출했다.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작전 개시 나흘 전 네타냐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공격이 임박했다고 말했지만 15일 일요일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회담 최종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장군들은 이미 공격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전 계획에 정통한 한 안보 관계자는 기만의 핵심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승인과 참여 없이는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란인들의 마음속에 심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항공기가 이륙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에 전념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최종 계획의 핵심은 이란군 지도부를 한꺼번에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붉은 웨딩’ 작전이다. 이 작전은 즉각적인 보복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전투기와 무인기가 이란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공격 때 이란 공군 지휘관들 움직여 한때 긴장
그러나 이스라엘 최고 사령부는 놀랍게도 이란 공군 지휘관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자리에 모이자 운명을 결정지었다.
이스라엘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폭발로 과학자들의 집도 파괴되었고 과학자들이 숨어들지 못하도록 거의 동시에 공격하여 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정보부는 지난해 11월 수집했던 인명 피해 표적들이 거의 모두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 4시간 만에 작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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