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암보다 더 두려워…혁신신약 빠른 급여 적용을"

기사등록 2025/05/29 14:46:25

최종수정 2025/05/29 15:08:23

암환자·보호자 전원 "급여적용 시기 당길 제도개선을"

87% "혁신신약 국내 비급여…접근성 매우 낮아 소외"

"한국도 ICER 탄력적용 등 급여평가 유연성 확대해야"

[서울=뉴시스]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혁신 신약 급여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전원(100%)이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고, 급여 적용을 통해 삶의 질 개선과 생존율 향상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인포그래픽= 한국혈액암협회 제공) 2025.05.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혁신 신약 급여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전원(100%)이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고, 급여 적용을 통해 삶의 질 개선과 생존율 향상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인포그래픽= 한국혈액암협회 제공) 2025.05.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담도암 등 소외된 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 항암제 같은 혁신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환자와 보호자가 한 목소리를 냈다. 혁신 신약이란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 기전 등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 기존에 치료법이 없었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약제를 뜻한다.

암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혁신 신약 급여 인식조사’에서 응답자 전원(100%)이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고, 급여 적용을 통해 삶의 질 개선과 생존율 향상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혁신신약 가치 인정의 명과 암, 환자 사각지대 해소 위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 포럼을 열고 한국혈액암협회와 간환우협회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협회 소속 환자와 보호자 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해당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는 비급여 신약으로 인해 항암 치료를 고민하거나 결정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7%는 해외에서 이미 사용 중인 ‘혁신 신약 항암제’가 국내에서는 비급여라는 이유로 사용되지 못해 치료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민태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수석부회장(국민일보 의학전문기자)은 이날 한국의 낮은 혁신 신약 접근성과 제2차 국민건강종합계획 내 ‘혁신 신약 가치 보상’에 대해 소개했다.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 혁신 신약 현황 및 임상 현장에서의 사각지대’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밝혔다.

전 교수는 “면역 항암제와 같은 혁신 신약은 다양한 암종에 허가돼 있지만 실제 환자의 접근성은 매우 낮다”면서 “특히 담도암의 경우 한국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해외에 비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1차 치료에 급여 적용되는 면역 항암제는 한 개도 없어 혁신 신약 접근성이 크게 제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폐암, 유방암 등에서는 혁신 신약 급여 적용 후 생존율이 향상됐으나 급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담도암은 같은 기간에 오히려 생존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적응증별로 소외되는 암 환자가 없도록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국장은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 신약의 조속한 급여 적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 사무국장은 “설문 결과 모든 응답자가 혁신 신약의 빠른 급여 적용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특히 100%라는 수치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제도 변화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결과인 만큼 환자들의 목소리가 제도 개선에 반드시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면역 항암제 조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경제적 부담 경감을 호소하는 50대 담도암 환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개됐다.

환자는 “1차 치료에 면역 항암제가 허가돼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었지만 비급여라는 사실에 암보다 치료비가 더 두렵고 절망스러웠다”며 “다행히 주변 도움으로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은 어떤 마음일지 상상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 면역항암제 치료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기에 보험 적용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이날 서동철 럿커스-뉴저지 주립대학교 겸임교수 겸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는 ‘국내외 혁신 가치 인정 제도 현황 및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서 교수는 “한국은 주요국 대비 혁신 신약 접근성이 낮은 편이지만 최근 질환의 위중성과 사회적 부담, 삶의 질 향상, 혁신성 등을 고려해 점증적 비용 효과비(ICER, 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를 탄력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라며 “올해 2월 삼중음성유방암 표적 치료제가 ICER 탄력 적용을 받은 첫 사례로 약가 협상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점증적 비용 효과비란 두 개 이상의 치료법을 비교할 때 한 치료법이 다른 치료법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다주면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을 말한다.

서 교수는 “영국은 질보정 수명(생존기간에 삶의 질을 곱해 얻어지는 수치로 건강하게 살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에 1.2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ICER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담도암 면역 항암제 급여를 인정한 바 있다”며 “한국 역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질병의 위중도에 따라 ICER 임계값의 탄력 적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혁신 신약에 급여가 적용 되면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지만 담도암 등 소외된 암 환자에게는 여전히 높은 급여의 벽이 존재한다”면서 “환자들이 체감하는 혁신 신약 접근성과 제도 간의 간극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논의를 넘어 ICER 탄력 적용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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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암보다 더 두려워…혁신신약 빠른 급여 적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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