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문학관 지어 달라" 요구에 서울시 "문학의 집 재조성"

기사등록 2025/07/23 09:12:08

"김소월, 배재고 출신에 연건동서 문학 활동"

"2025년, 진달래꽃 출판 100주년 뜻깊은 해"

市 "현 시점 검토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해"

[서울=뉴시스]문학의 집. 2025.05.22.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문학의 집. 2025.05.22. (사진=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민 애송시 진달래꽃을 지은 김소월 시인을 위한 문학관을 지어 달라는 요청을 서울시가 거절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배재학당총동창회장 오용환씨는 서울시 시민 제안 사이트 '상상대로 서울'에서 "김소월 시인은 평안북도 구성 출신이지만 서울 소재 배재고등보통학교(현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종로구 연건동 123번지에서 거주하며 문학 활동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오씨는 이어 "그의 시비가 남산에 전국 최초로 세워졌고 남산도서관 앞길은 '소월로'로 지정돼 있다"며 "이런 서울과의 깊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에는 김소월 문학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현재 123개의 문학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국민 애송시 1위로 꼽히는 진달래꽃을 남긴 김소월을 기리는 문학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오씨는 또 "김소월의 시는 60여명의 인기 가수들이 노래로 만들었고 320여명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며 "따라서 문학관 내에 공연장과 녹음실, 청소년들이 시 창작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공간을 마련해 시민 참여형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2025년은 진달래꽃 출판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이를 기념해 서울에 김소월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은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남북 문학 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으며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친숙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예술과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시는 "진달래꽃 등 작품을 남겨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김소월 시인을 기리고자 하는 귀하의 취지와 뜻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우리 시는 문학인들과 시민 모두가 함께 문학을 향유할 수 있는 문학의 집 재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소월 문학관 건립은 현 시점에서는 검토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추후 예산과 부지 확보 등 여건을 장기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구 퇴계로26길 65에 있는 문학의 집은 연면적 596.39㎡, 건축면적 337.75㎡에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건물이다.

이 건물은 과거 중앙정보부장들의 관저였고 현재 시민 문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961년부터 1981년까지 김종필과 김재규 등 모두 11명이 이 건물을 관저로 썼다.

1995년 국가안전기획부가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겨간 뒤 7년 정도 폐허로 방치됐다가 2001년 10월 문학의 집으로 리모델링 후 전시 공간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2005년 10월 증축했다. 1층은 세미나실과 전시공간, 2층은 사랑방과 회의실, 집필실 등으로 꾸며졌다.

2009년 3월 서울시가 국가안전기획부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남산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제가 국권을 뺏은 장소인 통감부(統監府) 터가 발견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문학의 집 주변에는 과거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사용하던 건물 10여채가 산재해 있다.

시는 "문학의 집 건물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상징하는 부정적 유산으로서 지난 시기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인권 유린의 현장이기도 하다"며 "지난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그 폭력의 현장을 원형대로 되살려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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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문학관 지어 달라" 요구에 서울시 "문학의 집 재조성"

기사등록 2025/07/23 09:12:0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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