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부지법 난동사태 관련 첫 변론 종결
자유청년 변호인단 "구형 없이 끝난 재판 이례적"
법조계 "사건관계인 많은 재판에서 종종 있는 일"
'구속 피고인' 선고 무한정 연기는 안 된단 지적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으로 파손된 시설물들과 집기 모습. 2025.01.19.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1/19/NISI20250119_0020667543_web.jpg?rnd=20250119160114)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입으로 파손된 시설물들과 집기 모습. 2025.01.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서부지법 난동사태와 관련한 형사재판 수십 건이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주 처음으로 변론이 종결된 사건이 나왔다. 검찰은 아직 진행 중인 다른 사건 등을 고려해 구형을 향후 서면으로 하기로 밝혔는데, 이것이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의 수가 많고 여러 사건이 연계된 재판의 경우 검찰이 구형 의견을 따로 밝히는 일이 종종 있다는 반응이다. 다만 관련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재판에 협조한 피고인이 오히려 더 불리한 결과를 얻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부지법 사태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임응수 변호사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8년 넘게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검찰의 구형 없이 재판 절차가 종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구형은 방어권 행사에 있어서 의미 있는 내용인데 그 부분이 공개되지 않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피고인이 잘못을 다 인정하고 제출된 증거에 동의하는 건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것이다. 변론이 종결되면 유죄든 무죄든 판결을 기대할 수 있는데 향후 일정이 불확실한 건 피고인에게 큰 불이익"이라고 했다.
임 변호사가 언급한 건 지난 11일 결심공판이 진행된 한 관련 사건을 의미한다. 현재 서부지법에서는 63명이 공동 피고인으로 기소된 사건 이외에도 피고인 1~2명으로 구성된 재판 20여건 이상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부지법 자유청년 변호인단'이 해당 피고인의 변호를 맡고 있지는 않다. 다만 임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특수건조물침입·특수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38)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의사를 모두 확인한 뒤 변론을 종결했다.
통상 변론이 종결되는 날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의견과 피고인 측의 최후변론·진술을 모두 듣는다. 하지만 이날은 검찰의 구형 없이 재판이 종료됐다. 재판에 참여한 검사는 함께 진행되고 있는 다른 사건의 피고인들과의 균형 등을 고려해 협의한 뒤 구형 의견을 서면으로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구형 의견을 법정에서 밝히지 않고 미룬 것이 절차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해석했다. 조직범죄처럼 많은 관계인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재판이 일괄로 진행되지 않아 이처럼 먼저 변론을 종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김한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이나 국가보안법 사건 등 많은 사람이 관련된 재판에서 일부는 수사에 협조하고 일부는 혐의를 다투는 경우 적극적으로 자백한 사람들에 대해선 이렇게 재판하곤 한다"고 말했다.
신민영 변호사도 "검찰이 구형을 늦추는 게 자주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있는 일"이라며 "같은 사건에서 구형에 형평성이 없으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사건의 경우 정씨가 재판 초기부터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었는데, 다른 사건의 영향으로 판결이 무한정 늦어지게 되면 오히려 재판에 협조한 정씨가 더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득범 변호사는 "초기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방어권을 모두 포기한 대신 양형에서 참작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구속 상태의 피고인이 향후 재판 일정을 예측할 수 없다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정씨는 지난 1월19일 오전 3시께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다수의 시위 참가자들과 함께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며 서부지법 1층 당직실 창문을 통해 법원 내부로 들어가 시가 13만원 상당의 거울을 주먹으로 가격해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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