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초록으로 채워요"…2030 식집사들의 위로법

기사등록 2025/04/13 07:00:00

최종수정 2025/04/13 10:20:24

서초구 반려식물병원 내원객의 40%는 20~30대

국민 10명 중 3명 기르는 식물, '30대 이하' 최다

"식물 키우면 심리적 안정…우울증 해소에 효과"

[서울=뉴시스] 주은서 인턴기자 =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반려식물병원에서 식물 치료사들이 황재성(36)씨의 화이트콩고(관상식물) 뿌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2025.04.11. dmstj1654@naver.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주은서 인턴기자 =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반려식물병원에서 식물 치료사들이 황재성(36)씨의 화이트콩고(관상식물) 뿌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2025.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주은서 인턴기자 = "식물을 키우면서 정서적 위로를 얻게 됐어요. 처음엔 작고 하찮아 보였던 다육이(다육식물)가 물을 주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내 손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아 뿌듯해요."

지난 11일 오전 찾은 서울 서초구의 반려식물병원.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병원 입원실에선 이날도 아픈 식물에 대한 외래진료가 한창이었다. 갈색 앞치마를 두른 전문 치료사는 화분 속 흙을 한참 파더니,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뿌리 한 가닥을 물이 담긴 컵에 옮겨 담았다.

그런 광경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켜보던 '식물집사' 황재성(36)씨는 가망이 있다는 치료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키우던 식물이 냉해를 입어 병원을 찾았다"며 "더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이곳 반려식물병원은 식물관리 상담에서부터 화분갈이, 방제, 입원 치료 등 원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점은 병원을 찾는 내원객의 상당수가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원예 취미의 특성상 주로 중장년층의 관심이 클 것 같지만 병원을 찾는 내원객의 상당수는 청년층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이야기했다.

황영주 병원장(서울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은 "전체 내원객 중 40%가 20~30대"라며 "젊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거나 잠깐 틈을 내 택시를 타고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 삭막한 사무실에 식물이 있어 위안이 된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과거 주로 중장년층의 취미생활로 여겨졌던 원예가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발표한 '반려식물 인구와 산업 규모 전국 단위 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응답자의 34%)이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비율이 37.2%로 가장 많았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청년층이 늘게 된 배경에는 그만큼 우울감을 겪는 청년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지난 2022년 1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 32.9% 증가한 것인데 같은 기간 20대와 30대에서는 환자 수가 각각 90.4%, 77.6% 늘어 평균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려식물 보급사업에 참여한 고립·은둔 청년들의 우울감이 평균 21.2점에서 14.8점으로 6.4점 낮아졌다는 서울시 발표도 있다. 척도상 중증도(19∼29점)에서 경증도(10∼15점)로 우울감이 개선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수 증가와 코로나19로 달라진 모임 문화, 무한 경쟁 등 청년들이 느끼는 우울감이 점점 더 커지는 가운데 반려식물이 이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외로움은 주로 노인들에게 많이 쓰이는 용어였는데 지금은 젊은이들에게도 해당된다"며 "식물을 키우면 생명체와 함께 있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껴 외로움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는 서로 비교하려 들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우울감이 생긴다"며 "식물과 같은 생명체를 기르면서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이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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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초록으로 채워요"…2030 식집사들의 위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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