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꺼질 희망이 안 보인다…기상 악조건 계속·대원 피로도 누적

기사등록 2025/03/26 06:00:00

최종수정 2025/03/26 06:14:55

의성 산불이 청송·영덕·안동까지 확산

진화율 65%→54%…오르락 내리락 반복

27일 전국에 비…"강수량 적어 효과 無"

산불 장기화 가능성…"주말에도 강풍"

[하동=뉴시스] 차용현 기자 = 25일 오후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 인근으로 확산되면서 소방당국을 긴장케하고 있다.. 2025.03.25. con@newsis.com
[하동=뉴시스] 차용현 기자 = 25일 오후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 인근으로 확산되면서 소방당국을 긴장케하고 있다.. 2025.03.25. c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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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지난 주말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등 인근 지역으로 급속히 번지며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당분간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진화 인력들의 피로도 누적되면서 대응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산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전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4개 시군으로 번지며 큰 피해를 냈다. 전날 청송에서 60대 여성 1명이 산불 현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의성군 등운산에 위치한 천년고찰 고운사가 불에 탔다.

당국은 인력과 장비를 최대치로 투입해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날 강풍과 건조한 대기, 높은 기온 등 악조건이 겹치며 확산을 막지 못했다.

초속 10m~20m에 달하는 강풍은 불꽃을 순식간에 퍼뜨렸고, 바람에 날아간 불씨가 나뭇가지 등에 옮겨 붙어 또다른 화점을 만들며 민가로 번졌다.


이런 탓에 의성 산불 진화율은 지난 24일 오전 65%였으나 전날 54%로 뒷걸음질 쳤다. 산청 산불도 진화율이 90%에서 다시 불길이 커졌다. 98%에 육박하던 울산 울주군 산불 진화율도 92%로 하락했다.

내일(27일) 영남권을 포함한 전국에 비 소식이 예보돼있지만, 예상 강수량이 부산·울산·경남내륙·경북 서부 내륙 5~10㎜로 많지 않다. 이날 내리는 비가 산불 확산세를 둔화시킬 순 있으나,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목요일(27일)에 내리는 강수량은 불길 확산을 조금 늦추는 정도일 뿐,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비가 아주 많이 내려야 하는데, 지금 자원과 인력으로는 진화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산불이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마을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안동=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산불이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마을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2025.03.25. lmy@newsis.com
문제는 수일째 계속되는 산불로 진화 자원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산불 진화 주력 헬기인 담수량 3000ℓ급인 KA-32는 총 29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중 8대는 부품 수급 문제로 산불 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 경찰청, 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헬기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산불은 헬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산림청과 소방청 등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산불 발생이 잦은 봄철에 국한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애초부터 물량을 많이 확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일째 쉬지 않고 진화 현장에 투입된 대원들의 피로도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진화 인력을 무작정 투입하기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황정석 산불방지대책연구소장은 "산불이 3일차에 접어들면 현장에 동원됐던 인력이 지치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감당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24일까지만 해도 의성 산불 현장에서 연기가 많았지만, 25일부터는 화염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 현장 접근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화염이 보이기 시작하면, 헬기로 아무리 물을 뿌려도 진화가 어렵다"며 "한 채라도 집을 더 지킬 수 있도록 산불 진화에 동원된 인력을 민가 방어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정읍시 소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마을까지 번진 25일 임시소방본부 한편에 구조된 개가 재를 뒤집어쓴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025.03.25. pmkeul@newsis.com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정읍시 소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마을까지 번진 25일 임시소방본부 한편에 구조된 개가 재를 뒤집어쓴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025.03.25. pmkeul@newsis.com

이번 산불이 주말을 넘겨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많은 비가 예보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주말 강풍이 불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역대 최장 기간 지속된 산불은 지난 2022년 3월 발생한 울진 산불로, 발생 이후 9일 만에 진화가 완료됐다. 주택 300여채, 서울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산림을 태운 뒤였다. 당시에도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이어지면서 진화에 난항을 겪다가 극적으로 봄비가 내리며 불길이 잡혔다.

황 소장은 "비가 50㎜~100㎜ 정도 내리면 산불이 진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 그런 예보는 없고 29일부터는 강풍이 시작돼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야간의 진압 한계와 주간 헬기 작업의 반복으로 산불이 장기화될 것"이라며 "설상가상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진 산세 때문에 불길이 더 크게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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