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여당 소속 한 중진 의원에게 다음 주 예정된 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 회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소득자인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자들에 한해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협상의 여지도 열렸다고 생각해서다.
이는 당정이 이달 중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담긴 근로시간 특례 조항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했다. 그간 진보 진영에서는 주 52시간 근무 규제 완화에 관한 논의를 꺼려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을 받은 의원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의 '우클릭' 발언에 대해서도 "그걸 여태까지 몰라서 안 한 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에 관한 절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에 나섰지만, 산업계와 노동계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도체법과 함께 이번 여야정 회담의 주요 안건으로 올라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두고서도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간 야당은 돈을 풀어 민생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여당은 나랏빚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올해 1%대 저성장이 예고된 상황을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세전쟁이 현실화되면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내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당정은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여당도 추경 가능성을 닫아두지는 않고 있다. 대신 앞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올해 정부 예산 복원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왕고래 유전 개발 예산 등이 포함된다. 야당은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지원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중이다.
추경 시기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도 예상된다. 서로 원하는 시기를 맞춰주지는 않겠다는 기류도 읽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추경 시기에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부족하면 1분기에 할 수 있고, 아니라면 그 이후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여야정 회담에는 연금 개혁 문제 등이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점쳐진다. 이 역시 여야가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여당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야당이 참여하는 게 우선이고, 나아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야당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관한 모수 개혁부터 마무리하자고 주장한다.
국민 입장에서 모처럼 정부와 여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번 4자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왔으면 한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물밑에서는 협의를 통해 중간 지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22대 국회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다. 매번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를 서로의 탓으로 돌려왔다.
국민의 근로 시간과 노후, 혈세의 쓰임새 등을 볼모로 여야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우클릭, 좌클릭 흉내만 내면서 결국에는 제 갈 길 가는 광경을 이제는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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