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서클링 착륙·조류 충돌 여전히 위험 상존[아슬아슬 지방공항③]

기사등록 2025/01/10 06:30:00

최종수정 2025/01/10 06:40:24

서클링 선회착륙, 최근에도 활주로 착각 준사고 발생

을숙도와 서낙동강 철새도래지, 김해공항 조류 충돌 위험

안전성 문제로 가덕도신공항 추진…환경단체선 여전히 반대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의 모습. 2020.11.17.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의 모습. 2020.11.17.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원동화 기자 = 지난해 12월29일 제주항공 항공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하면서 활주로 끝단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과 부딪히면서 폭발해 179명(승무원 4명 포함)이 숨졌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 일어난 항공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항공사고는 지난 2002년 4월15일 중국국제항공 소속 보잉 B767-200ER 항공기가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하려다 경남 김해 돗대산에 추락한 사고다. 해당 항공기는 166명(승무원 포함)이 탑승해 130명(승무원 포함)이 사망하고 36명이 생존했다.

중국국제항공 항공기 추락, 어려운 서클링 착륙 원인

김해공항에는 민간용 3200m 활주로(18R/36L)와 군용 2744m 활주로(18L/36R) 2본이 있다. 항공기는 착륙 시 맞바람을 받으면서 착륙한다. 뒷바람이 불면 착륙 거리가 걸어지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는 바다 쪽에서 김해평야를 바라보며 기계착륙장치(ILS) 유도를 따라 접근한다. 하지만 4월부터 8월까지 남풍이 강하게 불면 바다 쪽에서 접근하다 활주로를 끼고 시계 방향으로 빙 돌아서 활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걸 '서클링 선회착륙(어프로치)'이라고 부른다. 다른 공항 같으면 남풍이 강하게 불 때 처음부터 북쪽에서 접근하면 되는데 김해국제공항의 경우 활주로 북쪽에 돗대산과 신어산이 있어서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조종사는 서클링 선회착륙을 할 때 활주로를 바라보면서 착륙을 시도해야 하므로 날씨가 좋아야만 한다. 기상 상태가 나쁜 경우 비행기 착륙이 불가능하다. 운고 1100m, 시정 4800m 이상 상황에서만 착륙이 가능하다.

기종 역시 에어버스사 A330, 보잉 B767 등 D등급 항공기까지만 가능하다.

중국국제항공 추락 사고도 날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이후에도 2012년 5월 에어부산 BX8108편은 146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서클링 착륙을 하던 중 착륙을 허가받는 18R 활주로가 아닌 18L 활주로에 착륙하면서 준사고가 발생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9월에도 상하이항공 항공기 역시 서클링 착륙을 하던 중 허가받은 활주로가 아닌 다른 활주로에 착륙했다.

대한항공 출신의 신지수 기장이 쓴 책 '나의 아름다운 비행'에서도 김해공항 서클링 착륙이 어렵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김해공항의 안전성 문제는 가덕도신공항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활주로 끝단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관련해선 무안공항만큼 높지는 않지만 높이 60~85㎝, 폭 60~85㎝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지지대가 48~52m 이중으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조류 충돌 위험'

제주항공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조류 충돌' 역시 김해공항에서도 피할 수 없다.

김해공항도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바로 옆 공항이 자리 잡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과거 작성된 국토부 조류 충돌 감소 활동 업무 매뉴얼을 살펴보면 낙동강 하구에 있는 김해공항의 반경 8㎞ 이내에 우리나라 주요 조류 서식지인 을숙도와 서낙동강이 자리 잡고 있어 다른 어느 공항보다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다.

김해공항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14개 지방 공항의 조류 충돌 건수 1위였다.

김해공항(147건), 김포(140건), 제주(119건), 대구(38건), 청주(33건), 광주(30건) 순이었다.

비행편당 조류충돌 비율로 보면 김해공항은 0.034%로 6년 동안 10만편 이상 운항한 5곳의 공항(김포, 김해, 제주, 청주, 대구) 중에서는 2위였다. 1위는 대구공항으로 0.035%였다. 가장 낮은 곳은 제주공항으로 0.012%였다.

몸집이 크지 않은 조류라 해도 빠른 속도의 비행기와 충돌할 경우 그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했을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이 위치해 있는 곳은 대부분 도심이 아닌 한적하거나 탁 트여 있는 바닷가나 강변"이라며 "이런 곳은 새가 조개 등 먹이 활동을 하기 좋은 서식지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이 많이 일어난다"고 했다.

한편 가덕도신공항의 경우도 지리적으로 조류 충돌에 안전하다는 평가는 받지 못한다.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이유에는 조류 충돌 위험이 높다는 논리가 포함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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