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도매상→중간상인→소매상→소비자 5단계 거치며 가격↑
정부, 농장→소비자, 농장→도매상→소비자 유통구조 효율화 추진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농부가 생산한 신선한 과일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우리 식탁에 올까. 일반적으로 농부가 수확한 과일은 도매상, 중간상인, 소매상 등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데 이런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해 과일값이 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거치면서 산지에서 생산한 과일에 다양한 비용이 추가되면서 최종 판매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과일을 생산한 농부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과일을 구매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일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들에게 도달하기까지 과정과 이로 인한 부작용, 정부가 복잡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과일가격 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과일을 생산하는 곳은 농장이다. 농장에서는 어떤 과일을 생산할 지 품종을 선택하고 토양을 관리하고 기후변화, 병해충 관리 등 과일 생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상품을 만들어낸다.
사과의 경우 대구·경북 지역에서 많이 생산하고 복숭아는 전북·경북, 감귤류 제주·남해안, 단감 창원·김해·밀양, 포도 김천 등이 주산지로 분류된다. 주산지 또는 재배지는 특정 과일이 생산되기 좋은 기후를 갖춘 곳을 뜻한다.
주산지에서 생산된 과일은 가공 및 포장 단계로 넘어가고 포장된 과일은 도매상으로 넘어가기 전 물류센터 등에서 일시적으로 보관을 할 수도 있고 도매상으로 바로 보내지기도 한다.
도매상은 대량의 과일을 구매한 뒤 소매점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국내 최대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등을 도매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곳을 거쳐 중도매인이라고 불리는 중간상인, 소매상으로 전파된다.
예를 들어 대구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 1개의 가격이 100원이라고 가정하면 포장 단계를 거치면서 상품 가격이 120~130원으로 뛴다. 도매상으로 보내기 위해선 운송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운송비가 추가되면 2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생산자가 도매상에게 과일을 판매할 때는 도매가격이 매겨지는데 포장·운송비를 포함한 낮게 판매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른바 도매가 후려치기다. 생산자들이 과일을 판매할 때 제값을 못받는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다.
도매상인이 생산자로부터 180원에 사과를 구매했다고 가정하면 중간 상인에게 넘길 때 도매상인의 수수료가 여기에 붙는다. 도매상인마다 다르겠지만 5~7% 이내의 수수료를 떼는데 이 단계를 거치면 사과는 189~192원으로 오른다.
중간상인이 활동하는 지역에 따라 발생하는 운송비를 50원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192원에 사들인 사과는 중간상인에게 전달되면서 242원으로 가격이 뛴다. 이후 소매상에게 넘길 때 중간상인의 수수료가 붙고 소매상인의 마진이 붙는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사과 1개의 가격은 생산비용+포장비+도매운송비+도매상인 수수료+중간상인 운송비+중간상인 수수료+소매상인 수수료 등이 포함되는 셈이다. 100원짜리 사과 1개 가격은 최종 단계에서 300~400원이 훌쩍 넘는다.
생산자는 제값을 못받고 소비자는 비싸게 과일을 사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 과일이 유통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속에서 돈을 버는 곳은 도매상과 중간상인들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공개한 '농수산물 도매시장 거래제도 개선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5부터 2019년까지 농업공판장을 제외한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동종업종 대비 6.4배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가락시장 5개 도매법인은 2021년 265억5100만원의 이익을 냈다. 이들의 평균 현금 배당은 성향은 5년간 43.3%에 달했고 동종업종 대비 1.7배를 상회했다.
정부는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한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산지→소매상, 산지→도매상→소매상, 산지→중간상인→소매상 등으로 유통경로를 단순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이용하면 대구→서울→중간상인 거점→소매상 등으로 이어지는 운송비가 대폭 줄어들고, 도매상, 중간상인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절감돼 100원짜리 사과를 200원 수준에 소비자들이 사먹을 수 있다.
기존 도매시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은 이미 시장 참여자는 3700개소를 넘었고 거래품목은 200여개로 늘어나는 등 출범 1년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모든 참여자들이 만족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도매상과 중간상인은 산지 제품을 소매상으로 넘기면서 이윤을 남길 수 있고 소비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산지는 소비지와의 직거래로 더 큰 이윤을 얻기도 한다.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채소류를 거래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기존 도매시장을 경유하지 않는 산지-소비지 직배송을 통해 유통단계 및 이동시간이 단축되고 이를 통해 채소류의 신선도 유지와 감모량이 감소돼 구매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판매가격도 같이 오르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만족도를 표했다.
참외류를 거래품목으로 삼고 있는 B업체는 "산지 직거래 확대로 물류를 효율화하고 유통비용, 농가에 지불하는 금액이 높아지는 효과가 장점"이라며 "기존 수도권 마트에 집중됐던 유통구조에서 전국 지역마트로 거래처가 다변화돼 매출이 오르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