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지도부 총사퇴 결의…친한계 최고 등 사의 표명
한동훈 사퇴 요구 나와…질답 과정서 분위기 격앙
한동훈 "제가 비상계엄 했습니까"라고 말하기도
권성동, 당내 '찬성표' 겨냥 "어떻게 동지라 하겠나" 비판
비대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친한·친윤 재충돌 가능성 제기
한 "직무 수행할 것"…권 "숙고 후 현명한 결정 하리라 믿어"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최영서 한은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올해 7월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 체제는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탄핵안 표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다. 김민전·인요한·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모두 사의를 표명했고,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후 사퇴 의사를 알려왔다고 한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내용을 밝히면서 "참담하다. 무면도강(無面渡江, 일에 실패해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또 "차기 지도부 체제는 월요일(16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 최고위원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막지 못하면 직을 걸겠다고 했는데 오늘 탄핵안이 가결됐다"며 "선배 의원들의 말대로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면죄부를 헌납한 꼴이 됐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그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한동훈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표결을 앞두고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이 당론이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표결 참여·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하지만 표결에서 최소 12명의 여당 찬성표가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표 단속에는 실패했다. 앞서 공개 찬성 의사를 밝힌 김상욱·김예지·김재섭·안철수·조경태·진종오·한지아 의원 7명이 입장을 유지했을 경우 5명이 탄핵에 추가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비공개 의총에서 당내 찬성표를 겨냥해 "어떻게 이들을 동지라고 할 수 있겠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비공개 의총에서 조은희 의원은 한 대표 사퇴에 대한 의원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한 대표를 지금 이 순간부터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며 "'내란 자백'이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당 대표가 아니라 검사 한동훈이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대표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담화를 '사실상 내란 자백'이라고 규정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한 대표가 직접 의총에 참여해 의원들로부터 관련된 질문을 받았고 고성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당론 찬성 입장을 밝혔던 한 대표를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한 대표는 "제가 당론으로 투표를 했습니까. 제가 비상계엄을 했습니까"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의총장 분위기는 격앙됐고, 한 대표는 의총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한 대표는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퇴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고 상황을 정상으로 빨리 되돌리기 위해서는 탄핵 가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다만 한 대표는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한 대표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대위가 구성이 된 이후에 당대표 권한도 상실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비대위원장 임명을 두고 한 대표 측과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재차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당대표 궐위 시에는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이를 두고서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권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당대표께서 숙고의 시간을 갖고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