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촛불대회 구름 인파
가결 소식에 얼싸안고 자축
국민의힘 울산시당사까지 행진도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운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5시께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정문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울산시민이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시민들은 옆사람을 껴안거나 손벽을 부딪치면서 "우리가 이겼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울산시민촛불대회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참가자 중 상당수가 청소년들이었고,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불어난 인파로 보행로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문 앞을 지키던 한 경찰은 "인파가 많아 위험하다"며 시민들에게 한 방향으로 이동을 요청했다.
표결 과정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거나, 핫팩을 얼굴에 대기도 했다.
행사는 개회 선언으로 시작해 학생·시민 발언, 기타 공연 순서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러다 오후 5시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거나 부둥켜안고 "드디어 이겼다"고 자축했다.
발표 순간 시민들은 "몇 명이 찬성이냐"며 재차 결과를 확인하는 시민들도 있었고 "힘들었다", "당연한 건데", "저녁 먹으러 가자" 등 안도하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등 세 아이를 데리고 집회장을 찾은 홍혜원(34·울산 동구)씨는 "야간 근무 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를 들었다"며 "당시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집에 있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다. 가만 있을 수 없어 아이들과 함께 행동으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씨의 자녀 정민재(9)·슬아(7·여) 남매도 "탄핵이 정확히 뭔진 모르지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벌 주는 것"이라며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박리남(울산 북구) 양은 이날 직접 '불법비상계엄 초등학생인 나도 안다'라고 적힌 탄핵 포스터를 그려 와 눈길을 끌었다. 박 양은 자유발언대에 서서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내란 공범들이라며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울산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학생 3명도 "집회에 학생들도 많다는 기사를 보고 한번 와야지 생각하다. 오늘이 재표결이 있는 날이라 친구들끼리 마음을 모았다"라며 "우리나라 국민이 모였을때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가 느낄수 있는 시간이었다. 민주주의가 뭔지 제대로 확인한 날이다"고 했다.
이주영(56·여·울산 남구)씨는 "국회의원들이 저번과 달리 오늘은 올바른 선택을 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