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부원장, 36개 증권사 CEO와 간담회
신한 '1300억' LP 손실, '단기 성과주의' 지적
공개매수·IPO 주관사 불건전 영업행위 "내년 집중 점검"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5일 36개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각 CEO께서 경각심을 갖고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긴밀히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낸 신한투자증권 사례를 들며 "최근 발생한 대규모 금융사고의 경우 단기 실적 중심의 성과 보수 체계가 임직원들로 하여금 과도한 수익과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유도했다"며 "업무별 목적에 부합한 인센티브 구조가 설계돼 있는지와 내부통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CEO가 직접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함 부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내 증권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증권업계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비상계엄 해제 후 맞는 두번째 증시 개장을 앞두고 그는 "영업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해달라"며 "금융당국도 모든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공급 등 가용한 모든 시장 안정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함 부원장은 CEO 책임하에 내부통제와 인센티브 구조의 적정성을 원점에서 점검해달라는 당부 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최근 한 증권사가 ETF LP 운용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사례를 들며 "상급자의 수직적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감사 부서의 수평적 내부통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불법행위가 전혀 통제·관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감원은 ETF LP 업무 과정에서 1300억원대 손실을 낸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마쳤다. 본연의 헤지거래가 아닌 목적 외 투기 거래로 인한 사고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손실은 과거부터 지속된 투기 거래의 단면일 뿐 장기간 손실이 누적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별·월별 부서 손익이 조작·허위 보고돼 손실 사실이 빨리 알려지기 어려웠으며, 지난해엔 손실을 은폐한 임직원들이 조작된 부서 손익 자료를 토대로 거액을 성과급을 부당 수령한 사실도 발견됐다.
함 부원장은 "단순 헤지 업무 부서에 고유투자(PI) 부서와 동일한 성과 체계를 적용함에 따라 과도한 투자 거래가 발생했다"며 "CEO 책임하에 부서별 본연의 성과 보수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금융사고와 불법행위가 집중되고 있는 기업금융(IB)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역량 제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증권사 컴플라이언스·감사업무 담당 직원의 IB 부문 경력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기업공개(IPO)와 공개매수 등 주관 업무 과정에서의 불건전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자정작용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편법 지원을 위해 일반 청약을 최소화하는 식으로의 공개매수 제도 악용, 발행사 자금조달 성공을 우선시하며 중요 투자 판단 사항을 미기재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최근 금감원은 고려아연 유상증자 실사를 담당한 주관사 미래에셋증권 등이 앞서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에서 사무취급자도 맡았으면서 공개매수 신고서에 유증 계획을 기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또 공모가격 부풀리기, 실권주 인수 등으로 보유한 주식을 상장 직후 대량 매도하는 행위 등도 꼬집었다.
함 부원장은 "증권사가 IPO 주관 업무 수행시 고객과의 정보 비대칭을 악용해 발행회사 또는 증권사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자와의 이해 상충 관리를 해태하거나 주관사 주의 의무를 위반한 증권사에 대해선 엄중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함 부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앞으로 주요 긴급 현안 발생시 'CEO 레터' 등을 통해 신속하게 업계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태프 레터'를 통해 주요 현안을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또 내년 검사 업무 핵심 과제로 증권사의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단 계획을 밝혔다.
증권사 CEO들은 "비상 대응 계획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 급격한 자금 인출 등에 대비하겠다"며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증권업계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내부통제와 성과 평가 체계를 전사적 차원에서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