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 모범이자 민주주의 지지자 한국,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틀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이미 깊은 불확실성에 빠져”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럽게 비상 계엄선포와 의회 결의안 이후 해제라는 사태의 바탕에는 한국의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국력은 상승하고 있으나 표면 아래의 깊은 사회적 불만 등이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격동의 군사개입 시대가 끝났다고 기대했던 한국인들에게 충격이었다며 많은 시민이 국회의사당에 모여 윤 대통령의 체포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문화적 소프트파워의 모범이자 아시아 민주주의의 든든한 지지자로 여겨지던 한국이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틀어진 것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NYT는 윤 대통령은 국가를 화해로 이끌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며 그가 대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당선된 것은 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진보 진영 전임자의 실패에 대한 국민투표에 가깝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서 전직 지도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후 유죄 판결을 받고 투옥되도록 도왔다. 이는 한국에서 후임 지도자가 전임자를 조사하는 오랜 관행을 이어가게 했고 이는 정치가 적대적이 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북한 김정은이 핵 야망을 멈추지 못한 것을 맹렬히 비판하고 군사 훈련을 강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엄격한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평화는 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전쟁은 선제 공격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만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접근 방식에 호감을 갖고 한국이 중국에 대한 방벽으로서 더욱 긴밀히 협력하는 것도 기쁘게 여겼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의 지지를 회복하는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은 사업, 영화, 드라마, 음악 등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나 불평등 심화가 국내에서 광범위한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급등하는 주택 가격, 대졸생 취업난,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결혼이나 출산 기피, 고령화 등이 부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월 총선에서 패배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국회에서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했고, 지지율도 초라했다.
야당과의 적대적 관계로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2년여 동안 친기업적 의제를 마비시켰고, 법인세 인하, 국민연금 제도 개편, 주택 가격 문제 해결을 방해했다.
부인의 2200달러짜리 디올 백 관련 부패 혐의가 그의 당을 뒤흔들었고 한 고위 당원은 부인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지도자들은 윤 대통령이 한국을 독재의 길로 몰고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4월 총선 패배 이후 수석비서관 다수가 사임하고 정부 운영 방식을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그가 놀라울 정도로 반항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줬다.
그는 “자유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어야 할 국회가 그것을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고 선언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의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가 나온 뒤 이를 준수하겠다고 했으나 그의 정치적 미래는 이미 깊은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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