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올해 1월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천안분기점 인근에서 앞서 가던 차량의 사고를 목격하고 사고 차량 운전자를 구하려다 숨진 40대 가장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KMIB'에 '"내 남편 곽한길을 기억해주세요" 남겨진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올해 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49세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 곽한길씨의 사연이 담겼다.
그는 앞서 같은 채널에 지난 2월 '40대 가장이 죽기 전에 한 놀라운 일, CCTV가 포착한 마지막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에서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당시 영상에서 그는 본명인 곽한길이 아닌 가명인 명호씨로 소개돼 그의 사연과 의사자 선정을 두고 많은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했는데, 이번 영상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앞서 올해 1월31일 오전 1시께 충남 천안시 동남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천안분기점에서 인근을 달리던 4.5톤짜리 화물차가 중심을 잃고 휘청하더니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뒤따르던 차량들은 비상등을 켜고 사고 차량을 피해 가기 바빴는데 작은 트럭 한 대만이 속도를 줄여 사고 차량을 향해 다가왔다. 이 작은 트럭의 운전자가 이번 사연의 주인공 곽한길씨다.
곽씨는 화물차 배기구에서 불이 붙은 긴박한 상황에 화물차 위로 성큼 올라가 화물차 운전자를 힘껏 끌어올렸는데, 그의 몸이 반쯤 올라오던 그 순간 16톤짜리 대형 화물차가 달려오더니 사고로 넘어진 차를 그대로 밀어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4.5톤짜리 화물차 운전자와 그를 구하려던 곽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16톤짜리 화물차 운전자 역시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의 조사를 담당한 고속도로순찰대 제2지구대 대장 서정필씨는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다 곽씨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본인과 전혀 무관한 상황이었음에도 본인 앞에 가던 차를 구하려다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타인을 돕다 목숨을 잃은 40대 가장 곽씨를 단순한 교통사고 사망자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서씨는 이후 관련 법률을 찾아보곤 그가 의사자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 유족에게 관련 법률을 안내했고 관련 자료와 진술도 모아왔다.
영상에 따르면 곽씨가 사고를 당한 날은 생전 그토록 아꼈던 늦둥이 딸의 졸업식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고 한다. 아들과의 낚시가 유일한 취미이자 딸에겐 더없이 자상한 아빠였으며, 아내에겐 35년 지기 친구이자 늠름한 남편이었다는 곽씨는 직업군인을 전역하고 두 차례 사업 실패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쉬지 않았고, 사고 역시 재기를 위해 애쓰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길씨의 아내 오승현씨는 영상을 통해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간 병원 TV에서 교통사고 소식을 듣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오씨는 "뉴스가 계속 나왔다. '키가 184cm, 몸무게 80kg'라고 하는데 '당신이구나. 정말 당신이 맞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눈을 뜰 수가 없었다"며 "사람들도 계속 '저럴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고 웅성거리고 하물며 '정말 미쳤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가족들과 함께 찾은 영안실에서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던 아내 오씨는 "솔직히 남편 시신을 못 봤다. 아주버님들도 보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밖에서 벌벌 떨고만 있고, 가고 싶은데 발도 옮겨지지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사연이 알려진 뒤 곽한길씨는 지난 6월27일 '2024년 제2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의사자가 됐다. 지난달 14일에는 에쓰오일(S-OIL)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함께 정한 올해의 시민 영웅으로도 선정됐다. 소식을 접한 아내 오씨는 "하루라도, 한순간이라도 이 세상에 이렇게 빛났던 사람도 있었구나 기억할 수만 있다면"이라고 울먹였다고.
한길씨의 아내 승현씨는 여전히 남편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배웅하지 못한 것 같은 후회와 남편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아, 사고로 분실됐지만 여전히 신호가 가는 남편의 휴대전화로 매일 전화를 건다고 한다. 어쩐지 그가 어디선가 살아 숨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남편과 아빠를 향한 그리움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더욱 깊어졌다고. 오씨는 영상에서 "딸이 어느 날 아침에 '엄마, 이제 크리스마스가 돌아와. 아빠가 아무리 바빠도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랑 같이 있었는데'라고 하더라"라며 "이 사람이 북극에 있거나, 지구 반대편에 있거나,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 한복판에 있다고 해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한 번 만나고 싶다. 그리고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