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찰 구형 그대로 선고…"음주운전 경종"
"음주운전 엄벌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
'측정거부'는 무죄 도주치사·치상 등 모두 유죄
[천안·아산=뉴시스]박우경 기자 =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환경미화원을 치어 숨지게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검찰 구형과 동일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 류봉근 부장판사는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도주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6)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킨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더욱 더 엄한 처벌이 돼야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7일 0시53분께 천안 동남구 문화동의 한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 B(36)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고 전 인근 교차로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달아나다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나기도 했다.
검찰은 음주측정 거부 혐의도 함께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호흡 측정기를 사용한 단속 경찰관의 측정 요구에 고개를 돌리며 호흡 측정기를 물지 않는다거나, 일부러 호흡을 참으면서 측정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거나 또는 입김을 불어넣는 시늉만 했음을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황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상(도주치사·지상, 위험운전 치상·치사)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한 승용차에 내리고 운전석 문을 닫음과 동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B씨의 모습을 분명히 바라보고 다시 승용차 쪽을 두어 차례 뒤돌아봤으나 피해자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뛰어 도망쳤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이 부분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을 엄벌하지 않고는 가족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을 잃지않고 성실히 직분을 수행하다 부친의 생신 당일에 한순간에 쓰러져간 순수한 30대 청년인 피해자의 원혼을 달랠 수 없다"며 "도로교통법 위반 음주측정 거부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검사님의 구형과 동일한 징역 12년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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