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추가 협상…'생산 감축' 난제 여전히 남아
"'감축' 들어간 협약조차 못 받아들이는 산유국"
"실망 넘어 국제사회 전체가 분노해야 할 문제"
"2년 내 협상 마치기에 물리적 시간 부족해"
INC 의장단 및 한국 정부 리더십도 도마 위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는 국제사회 약속이 끝내 무산됐다. 각국 정부대표단은 내년에 추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생산 감축 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어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에서 지난달 25일부터 8일 간 열린 5차 INC가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내년에 추가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
5차 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건 생산 감축,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규제 여부였다.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오염 피해국들이 속한 우호국연합(HAC)은 1차 폴리머 생산 규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를 강조해왔다. 플라스틱은 재활용 비율이 9~1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화석원료에서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단계부터 가공, 소비, 유통,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 중 85%는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플라스틱 오염 피해국인 파나마 등을 주축으로 국제적인 생산 감축 목표 설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고, 177개국 가운데 100여개국이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다수국의 압박에도 산유국들은 협상 마지막 날까지 '절대 불가'의 입장을 고수했다.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협상 마지막 날 낸 다섯 번째 중재안도 소용이 없었다.
2일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에서 지난달 25일부터 8일 간 열린 5차 INC가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내년에 추가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
5차 협상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건 생산 감축, 그 중에서도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규제 여부였다.
유럽연합(EU)과 플라스틱 오염 피해국들이 속한 우호국연합(HAC)은 1차 폴리머 생산 규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전 주기 관리를 강조해왔다. 플라스틱은 재활용 비율이 9~1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화석원료에서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단계부터 가공, 소비, 유통, 폐기 등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온실가스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 중 85%는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플라스틱 오염 피해국인 파나마 등을 주축으로 국제적인 생산 감축 목표 설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고, 177개국 가운데 100여개국이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다수국의 압박에도 산유국들은 협상 마지막 날까지 '절대 불가'의 입장을 고수했다.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협상 마지막 날 낸 다섯 번째 중재안도 소용이 없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애초 기대했던 구속력 있는 협약보다는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감축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협약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며 "그 정도 내용조차도 산유국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실망을 넘어서서, 국제사회 전체가 분노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더 좋은 협상안이 나오리란 보장은 없다"며 "산유국들을 비롯해 생산 감축 반대 그룹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이 나와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기간 동안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된 수많은 쟁점을 풀어내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많다.
지난 2022년 5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 5.2)에서 채택된 결의문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2024년 말까지 완성하도록 못 박았다.
남은 시간이 2년 남짓인 상황에서 각국 정부대표단이 모여서 협상을 벌인 것은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원유 수출 등 자국의 이권이 걸린 '생산 감축' 문제는 산유국들의 강한 반발이 일찌감치 예견됐으나 논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임시 전문가그룹을 꾸려 5차 INC가 열리기 전에 재원 조성 방안, 우려 화학물질 규제 방안 등에 대해 '틈새' 논의를 벌이기도 했으나 이런 시도는 한차례에 그쳤다.
수은을 규제하는 미나마타협약의 경우 2013년 10월 공식 채택됐지만 2005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국가별 자발적인 수은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협약 체결 8년 전부터 국제사회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른 국제 환경협약들과 달리 과학적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경우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를 이어오다, 1988년 과학·정책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만들어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협약은 국가 간 협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논의의 토대가 되는 '권위 있는' 과학적 연구작업이 없었다.
사우디 등은 회담 때 플라스틱 오염의 기본 정의나 원료물질인 폴리머의 개념에 대해 의장단에 설명을 거듭 요청하는 식으로 '고의' 지연 전략을 쓴 것으로 전해졌는데, 플라스틱 오염과 관련한 과학적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됐다면 이런 방해 전략도 덜 유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INC 관계자는 "과학자들의 논의를 기반으로 정책결정자들이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만들었다면, 산유국들 설득이 용이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간 협상을 주도하는 발디비에소 의장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섯 차례나 중재안을 냈으나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협상 마지막 날 내놓은 5차 비공식 문서(non-paper)는 최대 쟁점인 생산 감축과 관련해 각국의 입장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에만 그쳐 환경단체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민단체들은 우리 정부가 생산 감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개최국으로서의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은 파나마 등이 작성한 생산 감축 목표 지지 성명을 비롯한 생산 감축 제안 성명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캐나다 등 개최국연합(HCA) 성명에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조항이 협약에 포함돼야 한다"고 뒤늦게 동참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INC5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우호국 연합(HAC)의 소속 국가이자 협상회의 개최국이었는데,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일체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협약에 참석했던 회원국, 국내외 시민사회, 그리고 강력한 협약을 기대했던 세계 시민을 실망시켰다”고 했다.
녹색연합은 “한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생산감축을 제안하는 제안서에는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개최국이자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 소속인 한국정부도 매우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부산 협상에서 제품 디자인 등 나머지 의제에서 절충안이 마련된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설계와 관련해 일부 국가들은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발디비에소 의장이 내놓은 5차 문서에서는 당사국총회에서 관련 지침을 만든 후 국가별로 자율 규제하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INC 관계자는 "5차 중재안에서 어느 정도 논의에 진전된 부분들은 있었다"며 "내년에 추가 협상에서 UNEP이나 의장단 차원에서 사전 논의를 하는 등 미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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