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16년 만에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폭탄 정책 등의 역풍을 맞아 더 큰 충격을 받기 전에 경기 살리기에 나서면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습 인하' 단행에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로 이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 이어 내후년까지 1%대 저성장을 예고한 것에 주목한다. 우리 경제가 2% 미만으로 성장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IMF) 등 6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에도 한은이 최소 2~3번 이상 금리를 낮춰 우리 경제 구하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여년 만에 연속 금리 인하…내후년까지 1%대 저성장
한은의 2회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10월(임시 금통위 포함)부터 이듬해 2월까지 6회 연속 인하 이후 15년9개월 만에 처음일 정도로 드물다. 그만큼 한은이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석하고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얘기다.
한은은 경제 전망을 통해 종전 2.1%로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을 1.9%로 낮춰잡았고, 내후년 성장률로는 1.8%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관세 폭탄 등 보호무역 강화에 중국이 대응에 나서 무역 전쟁으로 불거질 경우 내년 성장률은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경제 부양 짊어진 한은…추가 금리 인하 시급
한은도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1%대 저성장 전망을 내놓고, 11월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인하 속도에 대해 '신중히'라는 문구가 뺐다는 점을 들어 향후 금리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풀이한다.
이 총재가 저성장을 예고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경제 상황 변화를 봐가며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도 언급한 점도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60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3.0%인 현재 기준금리에서 2번 가량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추가 인하는 내년 2월…연내 2~3차례 내릴 듯
3차례 연속 금리가 경제 위기로 해석되며 외인 이탈을 가중시킬 수 있는데 다, 1월 금통위가 트럼프 정부의 출범 직전에 열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템포 쉬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환율과 연속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과 가계부채 추세 등의 확인과 연준의 움직임은 변수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추가 인하를 전망하며 "이번 금리 인하로 최종 금리 레벨을 기존 2.50~2.75%에서 2.25~2.50%까지 하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내년 중으로 2~3번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얘기다.
메리츠 증권은 한은이 구체적으로 내년 2월과 5월, 8월에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윤여삼 연구원은 "내년 매분기 1차례씩 2.50%까지 제시했던 수준을 2.25%로 하향한다"면서 "당분간 경제하방 위험에 대한 내년 금리 인하와 확대재정의 부양효과에 맞춰 추가 인하 강도 조절될 것"으로 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 중심이 경기 리스크 대응으로 이동한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최종 금리 레벨을 중립금리 수준 이상으로 설정할 이유가 없다"면서 "당초 예상인 내년말 2.5% 수준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보다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내년 4차례 금리 인하에 나서 경기 방어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있다. ING은행은 내년 우리 성장률을 1.6%로 제시하며 "내년 2월부터 인하에 나서 매 분기마다 25bp씩 내려 최종 금리가 2.0%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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