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歌 ' 딕펑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14년만의 정규 냅니다

기사등록 2024/12/03 11:31:22

2년7개월 만의 신곡 '첫사랑, 이 노래' 발매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김태현(보컬)·김재흥(리더·베이스)·김현우(키보드)·박가람(드럼)으로 구성된 밴드 '딕펑스'(DPNS)는 그럼에도 살아남았다.

2000년대 후반 뮤지컬배우 송용진이 차린 음악레이블 '음악창작단 해적'에 발굴됐다. 홍대 거리 날치알집에서 소주 한 잔을 마시면서 송용진이 "내가 레이블을 만들 건데 너네끼리만 하는 거면 같이 해볼래?"라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 계약을 처음 맺고 2010년 셀프 타이틀 EP로 데뷔했다.

이후 인디업계는 심한 부침을 겪었다. 그 가운데 딕펑스는 인디 밴드의 지속가능성 생태계에 대해 고민해왔다.

작곡가, 프로듀서 등을 갖추고 다른 콘텐츠도 제작하는 호기심 스튜디오와 최근 계약을 맺은 이유다. 2년7개월 만인 최근 발표한 신곡 '첫사랑, 이 노래'는 딕펑스다움과 새로움 그 사이 어딘가를 적당하게 거닌다.

최근 마포구에서 만난 네 멤버들은 "저희가 회사를 옮기고 나서 처음 싱글을 발매한다"면서 "작업 방식도 많이 바뀌었는데 음악에 대한 또 생각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엔 네 명이서 주로 음악을 만들었다면 이제 프로듀서를 비롯해 자신들의 음악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주는 이들이 늘었다고 든든해했다.

"'지금까지 가져왔던 청춘에 대한 이미지, 신나는 이미지를 계속 갖고 가야 될 것인가?' 아니면 '팬들이 원하는 이미지 또는 저희가 하고 싶은 이미지를 갖고 가야 하나?' 이런 것들 사이에서 고민이 되게 많았었거든요. 결국 '딕펑스스러운 것'을 우리가 같이 만들어내고자 '딕펑스다운 게' 뭔지 같이 찾아가 보자는 회의를 많이 했어요. 이번 곡은 그렇게 음악적인 접근을 했습니다."(김재흥)

딕펑스다운 것에 대해서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회사에선 '용기를 준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너네 딱히 바꿀 필요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긍정적인 느낌들이 너무 좋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더 좋게 발전시키고 나아갈 좀 방향을 찾아보자'고요. 저희 관점이 정리가 안 된 기분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에 좀 확실히 정리가 됐어요."(김태현)

공백기가 길어진 이유는 음악적인 고민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노래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해서 이를 찾아다닌 시기다.

"저희가 항상 바라왔던 건 '제3자가 저희 노래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죠. 저희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부탁 드려보기도 했는데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희끼리 하다 보니 지치는 게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지금 내면 이도 저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 늦어졌어요."(김태현)

"(프로듀서분들이) 저희 밴드 자체를 되게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너네들은 색깔이 있고 내가 괜히 발을 담갔다가…' 같은 반응이 나오기도 했어요.(김재흥)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여유로운 작업 시간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녹음실이 있다 보니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작업하는 게 가능했고 덕분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다.

김재흥은 "음악 이외의 것들에 대해 신경을 덜 쓰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악기 연주나 음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고 흡족해했다.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딕펑스의 현 상황을 거칠게 요약하면, 인디 생태계에 있다가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들어간 거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고민을 했을 법하다.

김태현은 "타협점을 찾았기보다는 '더 좋은 컨디션' 속에서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인디 밴드로서 개성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김재흥은 "아주 예전부터 협업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저희가 곡을 창작하는 것을 포기한 것도 아니에요. 저희는 어떻게 버무려저도 괜찮다고 생각에 예전부터 작곡가님들과 협업느낌으로 진행을 해왔다"고 긍정했다. 

최근 국내 밴드 붐이 일었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한편에선 밴드 신의 근원지인 홍대 앞까지 낙수 효과가 없기 때문에 메이저 일부의 밴드 포맷 붐이라는 반응도 공존한다. 

김현우는 "제가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유명 회사 소속 가수와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회사 시스템을 보고서 큰 회사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도 했다"면서 "우리도 만약에 저런 환경이 있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간에 쫓겨 놓쳤던 부분들도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다"고 털어놨다. 

김태현은 밴드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늘어난 건 느낀다고 했다. 그는 밴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다고 했다. 밴드 정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견이 있고, 그것이 뭐가 중요하냐는 반박도 있다. 그런 가운데 그는 "밴드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긍정했다. "유소년 축구 발전에 비유할 수 있는데 밴드 붐 영향으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악기를 친숙하게 접하는 경험이 많아지면, 국내에서도 정말 재밌는 밴드들이 많이 나오고 밴드 음악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김재흥도 "대한민국 역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밴드가 부흥 하다가도 넘어지고 그렇게 반복되는 사건들이 많았다"면서 "저희같이 밴드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신이 넓혀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서울=뉴시스] 딕펑스. (사진 = 호기심 스튜디오 제공) 2024.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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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펑스가 좀 더 많은 대중에 얼굴을 알린 계기는 2012년 엠넷 오디션 '슈퍼스타K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다. 하지만 현재는 인디가 메이저로 올라가는 다리가 거의 없어졌다. 대신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구조다.

김현우는 "개인 소셜 미디어가 워낙 발달을 한 시기가 됐잖아요. 어떻게 보면 시대를 따라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저희가 처음에 시작을 했을 때는 무조건 클럽을 돌아야 되거든요. 다만 당시에 영상을 남겨서 싸이월드에 올려 활성화시켰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더 부지런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은 최근 유명 셰프인 최현석의 딸 최연수와 열애 중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태현은 "(최현석 셰프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계속 연락을 받으시다 보니 본인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각자 사생활을 존중하는 딕펑스는 지금까지 치고 받고 크게 싸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서로가 각자 맡은 부분들을 가장 잘한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신뢰가 자연스레 쌓여 있다"는 것이다.

딕펑스의 현재 최고 숙제는 정규 2집이다. 2011년 정규 1집을 낸 이후 정규 단위의 음반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현우는 "누구 하나 욕심, 야망이 있으면 정규가 빨리 나왔을 텐데 다들 '서포트 성향'이 강해서 절대적인 의견을 내지 않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정규를 생각하면 더 신중해진 측면도 있어 발매가 늦어지는 이유도 있다. 이번에 안정을 찾은 멤버들은 14년인 내년에 정규를 꼭 내고 싶다고 했다.

이 과작의 밴드는 그래서인지 언제나 청춘이다. 2011년 발매된 '좋다 좋아'는 딕펑스 멤버들이 20대 초반에 만든 노래다. 어깨춤을 추고 까불며 무대 위에서 부르는 노래로 당시 "마흔 살이 넘어서는 못 부를 거 같다"고 멤버들이 입을 모았다. 그런데 마흔살을 향해 가는 현재도 이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다.

"청춘이라고 말하고 얘기하고 듣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청춘의 시기나 시점은 각자 다르잖아요. 저희 밴드가 특이한 게 있다면, 나이를 먹어도 그 나이로 안 봐주세요. 저희를 처음 본 때로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언제나 '청춘 밴드' 아닐까요."(김태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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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歌 ' 딕펑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14년만의 정규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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